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국내 증권업계도 투자은행(IB) 부문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해 왔으나 실제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증권업계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 미만이다.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가 국내 IB 역량을 키우는 데 표면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러나 IB 시장 자체가 회사채 발행이나 기업공개(IPO)에 치우쳐 좁은 영역에서 제한적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가는 이를 개선하려면 업계 실정을 감안한 맞춤형 IB 개발로 국제경쟁력을 차근차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국내 10대 증권사는 2008 회계연도에 대표적 IB 수익인 인수ㆍ주선수수료 수입으로 1685억원을 기록해 전체 수수료 수입 3조8155억원 대비 4.2%에 그쳤다.
증권가는 IB 부진에 대한 원인으로 좁은 시장과 특정영역 편중을 들고 있다. 회사채ㆍIPO 부문으로 한정된 시장에서 출혈경쟁에 나서다 보니 제대로 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IB 역량을 키우려면 구조화 파생상품 개발을 비롯한 수익원 확대에 나서야 하지만 금융위기로 아직 사정이 여의치 않다.
박윤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시장에서 계약을 따내려면 역량을 쌓아야 하는데 지금은 겨우 인력을 충원하는 단계"라며 "놓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아직 IB 전문사가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증권사별로 특화된 맞춤형 IB로 기존 제약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국내 증권사가 주로 하는 IPO는 수수료 수익도 낮고 상품도 뻔하다"며 "앞으론 투자자와 기업 양쪽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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