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 정확한 미래 예측과 대비가 막강한 미래 '경쟁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정부가 '녹색성장 산업'을 발굴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새롭게 창조된 미래가 고통스런 과거를 치유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난해 말 절체절명의 금융위기 이후 적지않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더러는 생을 포기했다. 경제가 언제 다시 회복될 수 있을런지에 대해서는 전문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예상보다 빨리 지구촌 여기 저기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나오고 있다. 절망보다 미래 재설계에 집중한 이들은 이제 과거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한국 반도체 시장이 지난 금융위기에 힘입어 세계 우위를 선점하게 된 것이 그 사실을 방증한다.
미래를 대비하는 일은 결국 경쟁력뿐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세계미래포럼은 이런 취지에서 지난 5월 창립됐다. 세계미래포럼을 전두지휘하고 있는 이영탁 이사장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 즉 공급은 넘치는 반면 이를 수용하는 주체(수요)가 적다는 점을 착안해 포럼을 출범시켰다고 회고했다.
본지는 11일 서울 삼성무역센터에 위치한 세계미래포럼 사무소에서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을 만나 그의 미래관에 대한 견해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세계미래포럼 창립 계기는 무엇입니까?
작년 제롬 글렌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이 방한 세미나를 가졌을 때 일 입니다. 제롬 글렌 회장 강연 후에 "미래를 대처하는 방법을 그렇게 많이 알고 계신데, 그것을 이용해서 사업을 할 생각은 없으신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 때 그가 웃으면서 화답 하더군요. "나는 미래를 연구하는 미래학자일뿐, 그것을 활용하는 것은 사업가나 기관의 몫이다"라고 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도처 지식인들이 유용한 지식과 연구 자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세계미래포럼은 이런 지식들을 기업 및 정부, 그리고 개인이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지식 거래소'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에는 미래경영 및 정책과 관련한 컨설팅을, 개인에겐 미래지식활용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세계미래포럼이 창립한 후 벌써 2번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 6월 가졌던 첫 세미나에 7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서 만족스런 첫 행사를 치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 행사 때는 이어령 이화여대 교수를 모시고 '한국인의 미래'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200여명 이상 인원이 참여해 내 자신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세계미래포럼이 창립되고 처음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진행 중 곳곳에서 미흡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두 행사 모두 기획부터 실행 및 세미나 사회까지 제가 모두 도맡았습니다. 방문하신 손님들도 행사장 앞에서 일일이 맞이했죠. 이런 제 모습에 많은 분들이 감동하셨던 것 같아요.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 덕에 이번 21일 열리는 행사 준비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지식은 참으로 기발하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해줍니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울 정도입니다.(웃음)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기란 물론 불가능 합니다. 저희 집 가훈이 "예비하는 사람이 되자"입니다. 가까운 미래를 미리 예견하고 몇 가지 대응책을 마련해두면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곧 개인의 행복과도 연관이 있지요.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한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 미래사회에선 물적 재산보다 지적재산이 더 값진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최근 지식근로자가 육체노동자보다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합니다. 어쩌면 닥칠지도 모르는 불운에서 우리의 행복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까운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이 바뀔 것입니다. 엘빈토플러는 1980년도에 추간된 '제3의 물결'에서 '21세기 민주주의는 다수의 민주주의가 작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과거 민주주의는 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제도였으나, 이제 가난한 사람들이 소수가 됐습니다.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데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 거죠. 미래에는 교육의 개념도 달라질 겁니다. 선생님은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지식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학생은 학교라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공부하는 시대가 올 것 같습니다. 최신 지식은 학교와 교과서를 통해서가 아닌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서 전 세계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대처가 필요한 때입니다. 미래연구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변화할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대처하는 개인적인 방법이 있으신가요?
평소에 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위기에 닥치면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론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집단지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집단지성’이란 말 그대로 다수의 지식을 모으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뛰어난 두뇌보다 여러 사람의 생각이 더 지혜로운 정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근무할 때도 직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항상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 중인 미래교육 지침서도 '집단지성'을 기본으로 집필중입니다. 미래교육 지침서는 인구·기후·환경·교육·기업경영 등 20개 분야의 미래를 다룬 참고서입니다. 세계미래포럼 홈페이지(WWW.Wff.or.kr)를 통해 누구나 지침서 작성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세계미래포럼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실 계획인가요?
창립한지 이번 달로 3개월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직 홍보도 덜된 상태이고 직원 수도 많지 않아 업무가 많긴 하지만 재밌게 일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미래교육 지침서'를 완성해 미래교육에 무게를 둘 계획입니다. 아울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미래경영 컨설팅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또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 정기적인 세미나를 열어 기업, 정부 및 개인 회원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할 예정입니다. 오는 9월18일에는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위기'를 주제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진행하는 조찬세미나가 열립니다. 10월에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과 함께 '교육의 미래'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도 가질 계획입니다.
정리=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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