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이 예대마진 축소를 우려해 신용대출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성급하게 신용대출을 늘릴 경우 가계와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담보인정비율(LTV)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7대 시중은행에 대한 본점 검사를 실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규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 지역 확대나 대출총량규제 등 더욱 강력한 후속 조치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대출에 이어 주택담보대출까지 줄어들 경우 은행들이 마진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 쪽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뺀다면 은행에 남은 카드는 신용대출 밖에 없다"며 "주택구입자금을 제외한 가계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담보대출을 압박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을 늘리게 될 것"이라며 "신용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대출 심사기준을 완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신용대출 심사기준을 완화할 경우 저신용층이 많이 유입돼 가계와 금융기관의 신용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
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을 통해 예대마진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이지만 가계의 이자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올려 신용대출 부문의 수익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신 실장도 "신용등급에 따라 가산금리를 차등 적용해 저신용층에 대해 금리를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대익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산업팀장은 "부실채권 처리 등의 난제가 남아 있고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개인들의 신용도 상당히 악화된 만큼 신용대출을 쉽게 늘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대출 시장을 관리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당국이 단기적인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옥죄려 하고 있다"며 "유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출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안정성이 높은 주택담보대출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가 규제 정책만으로 대출 시장을 통제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이미호 고득관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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