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는 지난달 19일부터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협력업체들과의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키로 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같은 상생협력은 국내 자동차부품업계 최초의 사례다.
협력업체는 현대모비스의 이 같은 조치로 유동적 자금흐름을 크게 개선시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 역시 이같은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위한 기술력 확보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모비스의 주력 사업군이 될 하이브리차 ·전장부품은 자체 기술력 확보가 최핵심 과제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2·3차 협력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이뤄질 수 있다”며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키며, 그들과 함께한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생상협력론을 강조했다.
△ 실질적 상생협력으로 윈윈(Win-Win) 기대
현대모비스 서울 역삼사옥. |
현대모비스는 중소 협력업체들의 거래대금을 금액에 상관없이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는 협력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자동차부품업계 최초로 실시한다고 지난달 19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와 거래하는 1000여 중소 협력업체가 앞으로 거래대금을 금액에 상관없이 모두 현금으로 받게 된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이 정책을 시행하면서 협력사들에게 2차 협력사에도 가급적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줄 것을 요청하고, 협력사들도 이 요청에 호응하면서 현금지금 혜택이 수 천여 개의 2·3차 협력업체들까지 파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대모비스는 1000만원 미만(주간 단위)의 거래대금은 현금으로 지급해왔지만, 그 이상의 경우에는 전자어음으로 결재해왔다.
현대모비스 구매본부장인 정남기 부사장은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강화하고 경영활동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거래대금 지급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것”이라며 “이같은 정책 도입으로 연간 2조4000억원 규모의 거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하지만, 협력업체의 경영개선이 상생협력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서로의 경쟁력이 모두 높아지는 윈-윈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측의 정책을 협력사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현대모비스 협력사 중 하나인 한국베랄의 김용길 대표는 “사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 원청업체가 안정적인 경영으로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면서, “이번 현금지급 정책이 회사의 자금운영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현대모비스와의 동반 발전을 위해 우리도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보수용 부품 생산업체 위한 획기적 지원
이 뿐 아니다. 현대모비스는 생산이 중단된 차종에 적용되는 소량·소액의 보수용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의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도 새롭게 마련했다.
협력업체가 소량의 품목을 생산해 공급할 경우, 단순 개별 원가기준이 아닌 적정 양산수량을 고려한 일정비율의 생산관리비까지 추가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또 회사는 부품공용화를 적극 추진해 협력업체들이 관리해야하는 부품 수를 대폭 축소시켰다.
그 밖에도 연식이 오래된 차종의 보수용부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향후 수요 예측량 만큼을 일괄적으로 대량 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관련 협력업체들의 생산 관리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지난 2000년 5.4년이었던 자동차 수명이 2007년 7.4년으로 늘어나는 등 자동차의 수명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신차 출시로 인한 단산 주기가 빨라짐에 따라, 전문가들은 보수용 부품의 품목도 2009년 180만 품목에서 오는 2015년 350만 품목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현대모비스의 이같은 조치가 더욱 빛을 발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부품구매실의 조병덕 상무는 “이전부터 생산설비가 증가하는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왔다”며 “이번에 이들 협력사들의 생산 및 관리여건을 향상시키는 지원책을 선보임에 따라,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단산차종의 일반 고객들도 관련 보수용 부품을 더욱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실질적인 경영지원활동은 물론, 협력사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활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계절과일 보내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03년부터 매년 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300여 업체들에게 감사장과 함께 계절과일을 보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도 1만여 통의 수박을 대량으로 구입해 전국의 우수 협력사에 전달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수박을 구입하려다 보니, 매년 여름철에는 해당 지역의 농수산물시장과 원협 경매시장 등의 수박이 동나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종종 생기곤 한다”고 전했다. 특히 현대모비스로부터 계절과일을 선물 받은 1차 협력업체들이 자신들의 협력업체에도 계절과일을 선물, ‘과일’을 통한 ‘칭찬릴레이’로 이어지면서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에도 기존 협력업체 수출지원·기술컨설팅·상생협력자금 지원·정보공유 및 문화교류 등 협력사와의 상생경영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행하는 것은 물론, 전장부문 중장기 전략 아래 국내 전장업체를 육성 발전시키는 등의 협렵업체와의 동반성장을 계속 도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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