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자자가 주식시장 흐름을 반년씩 뒤늦게 쫓으면서 손실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증시 강세를 상승 초기국면으로 볼 수 있으나 불어나는 펀드 환매 탓에 저점에 팔고 고점에 되사는 뒷북 투자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증권가는 이런 실수를 막으려면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뚜렷한 투자목적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하루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주식형펀드는 330억원 순유출로 17거래일 연속 자금 유출을 나타냈다.
국내주식형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시작된 작년 10월부터 빠져나간 순환매(순유출) 금액은 모두 2조9375억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코스피는 같은 기간 890선에서 1580선으로 80% 가까이 뛰어올랐다.
증권가는 이런 뒷북 투자를 10년째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펀드 투자자는 고점에 열광하면서 확신을 갖고 투자했고 저점에선 공포와 후회로 환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10년째 주식시장 흐름에 5~6개월 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도 순환매 움직임과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한 달 이상 대규모 순매수에 나서면서 증시도 내년 상반기까지 강세를 이어갈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코스피가 1850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정부는 주택ㆍ고용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며 "달러 캐리 유동성은 여전히 충분한 만큼 오버슈팅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역사적 평균인 13%까지 회복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한다"며 "통화량 증가로 자기자본비용(COE)이 8.9%까지 하락한다면 코스피도 1850선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에서 낙관론이 힘을 얻으면서 펀드 환매로 뒷북 투자를 되풀이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2007년에도 코스피가 1400~1500선 사이일 때 국내주식형펀드에선 자금 순유출이 이어졌다. 이후 1700선을 넘어선 후 본격적으로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해 정점을 이룬 것은 역사상 고점 수준인 1900선이다.
해외주식형펀드도 마찬가지다. 중국펀드는 상투였던 2007년 11월 직전인 9~10월 연중 최대 자금이 들어왔다. 브릭스펀드와 인도펀드도 고점 부근에서 가장 큰 자금유입을 나타냈다.
이런 뒷북 투자를 막기 위해선 반드시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증권가는 입을 모으고 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2006년부터 2년간 해외주식형펀드를 분석한 결과 61조원을 넣은 뒷북 투자자는 순자산가치가 60조원으로 내려갔다"며 "반대로 일정한 자금을 넣은 경우 순자산가치는 75조원, 초기에 자금 유입을 집중했다면 83조원까지 올라갔다"고 전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투자자는 모멘텀을 쫓기 때문에 주가가 빠질 땐 돈을 넣지 않고 고점에 뒷북 투자를 하기 마련"이라며 "한쪽에 과도하게 베팅하면 위험이 너무 커지니 항상 명확한 목적을 갖고 분산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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