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산화탄소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나 온실가스 감축처럼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은 국민과 기업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추진하는 수위조절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총 에너지 소비는 4.482TOE(석유 1t을 소비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미국(7.740TOE), 캐나다(8.214TOE)보다 낮지만, 일본(4.129TOE), 영국(3.818TOE)보다는 높다.
1인당 전력소비량도 7691kWh(‘06년 기준)로 미국(12,417kWh)보다 낮지만, 일본(7678kWh), 영국(5564kWh)에 비해서는 많은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실상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민들이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0%만 절약해도 1년에 10조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을 ‘제5의 에너지’라고도 한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절약과 녹색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경제발전의 흐름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도 ‘Hot, Flat and Crowded’(뜨겁고, 평평하고 밀집된 세계)이란 저서에서 “미국식 발전전략의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은 녹색혁명(Code Green)뿐이며,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과의 신융합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재직시 ‘청계천’을 성공적으로 복원시켜 ‘환경보호 대통령’이란 이미지가 크게 각인된 이 대통령 본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국정 철학이기도 하다.
◆녹색성장은 새로운 경제발의 모토
녹색성장 추진을 위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2009년도 국정운영 4대 기본 뱡향에도 담겨있다.
올 초 신년 국정연설에서 그는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나라에서 살게 될 것인가는 바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난해 녹색성장 비전을 제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종 국정회의 석상에서도 “에너지 효율화 문제는 한시도 미룰 수 없는 사안으로 녹색성장의 기본 축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절약은 초등학교 때부터 몸에 익힐 수 있도록 기초교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제21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도 “녹색기술을 개발하려면 많은 시간과 돈이 들지만, 녹색생활은 누구라도 오늘 당장 할 수 있다”며 생활속의 에너지 절약을 강조했다.
현재 MB정부의 국가에너지 정책방향은 지난해 8월 세운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08년∼’30년)’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또 에너지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눠 이에따른 10가지 후속계획도 수립중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세부 각론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향후 5년내 국가 에너지효율을 11.3%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제4차 국가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08∼’12)’을 확정했다.
이 계획에는 에너지낭비 요인을 줄이고 에너지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금, 세제, R&D, 인증제도 등 각종 인센티브를 집중하며 백열전구 퇴출, 에너지효율 목표관리제 시행 등 MB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수요관리 의지가 담겨있다.
아울러 ‘에너지 낭비 제로(Zero)!’를 목표로 한 저탄소생활 인프라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우선 청와대부터 녹색화 건물로 만들기로 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감과 환경개선을 위한 첫 번째 시범사례로 청와대를 선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금년 중에 청와대내 건물·토지·에너지에 대한 정밀진단을 거쳐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바로 적용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녹색성장 관련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그러나 경제계는 기업활동에 부담이 되는 (이산화탄소)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 등 녹색성장 관련제도의 도입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또는 제조업 전체의 배출총량을 일정 한도로 묶어 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감축량을 기업별로 할당하는 제도다.
따라서 대부분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선진국과 달리 에너지다소비 제조업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감축 여력이 적어 총량제한은 곧바로 국제경쟁력 약화와 산업의 해외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더욱이 경제계는 이 제도가 실제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저감 잠재력과 저감비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기준으로 배출권이 할당돼야 하는데, 정책당국이 이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반대논리로 펴고 있다.
더욱이 자동차,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최근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 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공업생산 능력 확대로 크게 위협받고 있어 약간의 생산비 상승도 국내 경제에 커다란 주름살을 지게 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 회장단은 지난 10일 “(이산화탄소)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같이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입 시기와 시행방법 등을 신중하게 다루어 줄 것”을 정부측에 건의했다.
이와 관련, 산업연구원 한기주 박사는 “선진국 중에서 총량제를 실질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EU 밖에 없고,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과 중국 등 우리 경쟁국들은 우리보다 탄소배출량이 월등히 많으면서도 총량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은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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