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사용후기…써도 삼켜라"

2009-08-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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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악평이 '약'…숨기지 말아야"

소비자들의 악평은 약일까 독일까. '프로슈머(prosumer)' 전성시대를 맞은 기업들의 고민이다. 기업이 파는 물건을 수동적으로 구매하던 소비자(consumer)들은 이제 생산자(producer)와 전문가(professional) 역할을 두루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프로슈머들이 올린 제품 평가들이 차고 넘친다.

문제는 악평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악평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돼 브랜드 이미지를 해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업 웹사이트에 마련된 사용후기란에 '모범답안'만 즐비한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쓴소리가 약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숨기지 말라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일(현지시간)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가방 전문 온라인 쇼핑몰인 이백스(eBags)를 소개했다. 이 회사 대표인 피터 코브는 10년 전 회사를 설립하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온라인상에서 고객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자는 게 그것이다. 이를 위해 코브는 자사 웹사이트에 공간을 마련해 소비자들의 사용 후기와 평점 받았다.

온라인 쇼핑족의 80%가 구매에 앞서 사용후기를 찾아 읽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단이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이런 공간을 마련해 둔 곳은 여전히 50%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악평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포레스터리서치는 부정적인 내용의 사용후기가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25%도 안 된다고 지적한다.

코브는 호평과 악평을 가리지 않고 게시판을 온전히 공개했다. 온라인 쇼핑몰 비교 사이트인 비즈레이트(bizrate.com)에 따르면 현재 이백스 사이트에 등록된 사용후기는 180만건에 달한다. 코브는 "게시판에서 악평을 삭제해 달라는 납품업체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며 "소비자들의 쓴소리를 근거로 납품업체들과 함께 문제점 개선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의 불평을 계기로 제품과 서비스를 크게 개선한 사례만 10건"이라며 "50여개의 사이트에서 똑같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 이백스에서 유독 잘 팔리는 이유는 사용후기와 이에 대한 회사의 신속한 반응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포브스는 소비자들의 악평이 협력업체들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으로 스페인산 먹거리를 판매하는 라티엔다( La Tienda)의 팀 해리스 최고경영자(CEO)도 여느 기업가처럼 소비자들의 악평을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6월부터 온라인으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 공개하기 시작했다.

호평은 물론 악평도 쇄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게 더 많다. 납품업체에 문제를 제기할 때 소비자의 목소리를 빌리는 게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납품업체들은 내가 직접 잘못을 지적할 때보다 '봐라, 우리 고객들의 불만은 이것이다'라고 말할 때 더 빨리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악평은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마니아'와 '안티' 사이의 경쟁구도가 형성돼 기존 고객들이 한 데 뭉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키장비 전문 온라인 쇼핑몰 에보기어(Evogear)가 좋은 예다. 이 회사는 3년 전부터 고객들이 올린 사용후기를 온라인상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보기어가 공개한 사용후기는 호평 일색이었고 이 때부터 매출은 줄기 시작했다.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나단 데커는 "사용후기란을 호평으로 도배한 것은 자위행위에 불과했다"며 "일 년만에 접수된 악평의 99.99%를 공개하기 시작하자 매출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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