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 개입 고민되네

2009-08-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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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200원선 위협..연말 1100원대 가능성
진퇴양난..방어=시중유동성↑ vs 방치=수출기업 고통 가중

최근 실물경기가 회복되고 자산가격도 좋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13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내려가기 시작해 어느새 1200원선마저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기세라면 8월 중에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달러의 공급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 급락세가 이어지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어 외환당국이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달 3일 1266.00원에서 이날 1218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한달 새 48원이나 떨어졌다. 물론 원·달러 환율은 이 사이 등락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현석원 금융경제실장은 "원·달러 환율의 하락추세가 전환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푼 외화를 거의 다 회수했기 때문에 앞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면 직접 매입하는 방법 이외에는 환율을 방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화값 상승은 물가안정과 외채가 많은 경제주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경감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또 달러로 환산한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늘려 최근 떨어진 GDP 순위를 만회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고환율의 단맛에 젖어 있던 수출기업들에는 큰 고통이 될 수밖에 없다.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은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대한 유비무환의 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이때문에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서 미세조정 차원의 개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임기응변식으로 헛되이 쓰지 않도록 단기외채 비중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정책당국은 최근 각종 경제지표와 외국인투자 유입만 따지자면 1100원대 진입이 단기에 가능할 수 있지만 미국, 유럽 금융시장 상황에 돌발변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한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자칫 원화값 고평가에 대한 기대감이 또 다른 투기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단 향후 2주간 환율 추이가 중요하다"며 "다만 원화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일방적인 기대는 금물이다. 일부 외국은행의 불안요인과 글로벌 경제의 더딘 회복속도 역시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지 의심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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