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상수지가 4개월째 흑자를 유지한 것은 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여전히 불황형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거듭 확인해 주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상품수지는 50억2천만달러로 비교적 큰 폭의 흑자를 유지했다. 지난 2월 31억1천만달러, 3월의 69억8천만달러, 4월의 61억3천만달러에 이어 4개월째 흑자다.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내수부진으로 수입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5월의 수입총액은 230억9천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의 387억달러에 비해 40.3%가 줄었다. 수송장비는 29.8%가 감소했고 기계류와 정밀기기는 26.6%, 전기.전자기기는 22.7%의 비율로 각각 줄었다.
또 내구소비재는 32.8%, 직접소비재는 23.6%, 비내구소비재는 28.4%의 감소율을 각각 나타냈다.
반면, 수출은 281억5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의 393억8천만달러에 비해 28.5% 감소하는데 머물렀다. 수입 감소폭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여행수지는 적자가 4월 2억5천만달러에서 5월 3억9천만 달러로 확대돼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였다. 특히 일반여행 수입액이 4월 7억7천만달러에서 5월 6억3천만달러로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데다 신종 인플루엔자로 일본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 자본수지 유입초과 확대
자본수지 유입초과는 크게 확대됐다.
5월의 자본수지 유입초과액은 67억2천만 달러로 전월의 21억6천만 달러에 비해 45억6천만 달러가 늘었다. 이 액수는 2004년 11월의 76억7천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분야별로는 증권투자수지의 유입초과액이 42억7천만 달러로 전월의 71억3천만 달러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파생금융상품수지는 6억8천만달러 유출초과에서 13억4천만달러 유입초과로 전환했다.
특히 기타투자수지는 국내 금융기관의 차입금이 증가하면서 45억3천만달러 유출초과에서 12억7천만달러의 유입초과로 바뀌었다.
자본수지의 유입초과 확대는 경제위기가 진정되면서 한국으로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따라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이 국내로 지나치게 많이 들어올 경우,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 전문가들 "연말까지 계속 흑자"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겠지만 흑자폭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흑자폭이 줄겠지만 내수가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유가 인상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85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예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도 "적어도 3분기까지는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 경제가 세계 경제보다 회복속도가 빨라지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난다면 연말께 적자기조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생겼던 `불황형 흑자'는 조금씩 퇴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가 연말 또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원화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장 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흑자가 계속돼 달러 공급이 많아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늘어난 외화유동성과 원화유동성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한 당국의 유동성 관리 정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국 중 상반기에 유일한 플러스 성장을 보인 한국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돌아오면서 환율이 달러 당 1천1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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