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빅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특정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던 소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경기침체 이후 해당 브랜드 제품의 소비를 줄이거나 가격이 싼 경쟁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것.
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식료품 및 제약 브랜드 685개를 기준으로 최근 2년간 미국 슈퍼마켓 고객우대카드 이용자 3200만명의 구매성향을 분석한 결과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던 고객 가운데 평균 3분의 1이 지난해 다른 브랜드로 이탈했다.
또 기존 고객 가운데 구매를 줄인 비율은 평균 23%로 지난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낮추거나 포기한 고객 비중이 52%에 달했다.
브랜드별로는 진통제인 타이레놀의 경우 45%가 구매를 중단했고 21%는 소비를 줄였다. 커피 브랜드인 폴저스도 구매를 포기하거나 충성도를 낮춘 고객이 각각 19%, 21%로 나타났다. 코카콜라 역시 17%는 소비를 줄였고 8%는 아예 소비를 끊었다.
신문은 이번 조사 결과는 한 가지 품목에서 70% 이상 동일 브랜드 제품을 구매해온 충성도 높은 고객들마저 수익성을 우선시하게 됐다는 의미로 소매업계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릭 앤더슨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부교수는 "브랜드 기업들은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수익성이 크기 때문에 이들의 이탈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매업체들은 가격 할인 등 판촉 활동을 활발히 펼치기 때문에 충성도 높은 고객도 가격 할인 유혹에 빠지기 쉽다"며 "과거 불황 때도 소비자들은 빅 브랜드 제품을 소매점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대체해왔다"고 덧붙였다.
앤더슨 교수는 소비자들이 싼 가격에 현혹돼 브랜드를 갈아타기는 쉽지만 예전 브랜드로 복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학계의 연구 자료도 소개했다.
기업 최고마케팅책임자(CMO)들의 모임인 CMO위원회와 함께 이번 조사를 수행한 카탈리나마케팅포인터미디어네트웍스의 토드 모리스 수석 부사장은 "브랜드 기업과 소매상인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들은 시장에 변화가 있다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정작 문제점이 뭔지는 짚어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선 기자 stop1020@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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