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아직 개원일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반드시 '민생 국회'가 돼야 한다는 경제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계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이번 위기를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 기회로 삼기 위해 이번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할 핵심 경제관련 법안 중 하나로 지주회사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꼽는다.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안 되고 비계열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해선 안 된다. 이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6월 국회서 심의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주회사로의 전환 과정이 좀 더 쉬워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하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자회사외 계열사 출자 금지(순환출자 금지), 최소 지분율 요건, 3단계 출자제한 등 경제력 집중과 관련된 핵심 규율은 그대로 놔두고 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만 폐지·완화하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사실상 기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경제계 역시 지주회사 규제와 철폐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지주회사의 장점을 무시한 트집 잡기로 평가한다.
본지가 16일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만난 대기업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는 출자관계가 단순하고 투명하다"면서 "자회사를 손쉽게 매각하거나 편입할 수 있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를 억제하는 규제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실제 현행법상으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 회사는 하위 계열 회사에 공동으로 출자할 수 없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 전쟁의 시대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불가능하다는 모순점을 안고 있는 등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또한 현재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인 SK그룹의 SK증권 사례처럼,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규제 때문에 일부 그룹사는 계열사를 매각해야 하느냐를 놓고 고민 중인 곳도 있어 조속한 개정안 처리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직접 출자는 금지하고 내부거래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사후감시 감독을 강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 국회통과시 기업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구조조정의 원활한 추진이 가능해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조속한 국회 처리를 당부했다.
당초 공정위는 지난 4월 국회내 개정안이 처리되기를 기대했으나 이 법안이 여야간 쟁점법안의 하나인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금융지주회사법과 맞물리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이달 말까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수해야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불가능한 SK그룹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정식 유예기간 연장승인 신청서를 5일 공정위에 제출한 상태다.
모든 정책은 적기에 시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경제위기 상황이다. 당면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무대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기업집단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기업구조조정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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