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간의 큰 차이는 무엇보다도 유통과정의 문제로 보인다.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상인(유통업체)들이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중간상인의 이익 챙기기 가능성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관련업계에 따르면 생산자물가는 제조업체나 농민들이 생산한 공산품, 농수산물 등을 유통업체에 넘길 때 받는 가격이지만 소비자물가는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상품을 구입할때 지불하는 값이다. 유통과정이 복잡할수록 생산자가격과 소비자가격의 차이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상승률간 격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그 차이가 너무 확대되면 그 만큼 상인들이 이익을 많이 챙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농수산물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상인들이 소비자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법으로 이익을 챙기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는 한번 올라가면 떨어지기 어려운 `하방경직성' 성격을 갖고 있다"면서 "올라갈 때는 단숨에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소비자물가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제조업체들이 생산원가에 비해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는 생산-소비자물가의 격차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제조업체들의 출고가격(생산자물가)에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제과업체 일부 품목의 경우, 원재료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는데, 소비자가격은 품목에 따라 최고 50%까지 상승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 소비자단체는 해당 업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가격을 올린 합당한 이유를 파악한 뒤 필요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의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 "중간마진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소비자물가가 생산자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올라갔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통계청의 관계자는 "작년에 생산자물가가 급등했는데도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물가를 올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는 불경기 상황에서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면 매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따라서 소비자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 상승분을 뒤늦게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상인들이 유통마진을 많이 챙기지 않더라도 최종 소비단계의 `수요-공급'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 생산시점과 소비시점의 시간차이도 생산-소비자물가의 간격을 확대시킬 수도 있다.
생산-소비자물가의 격차는 통계작성 기관과 기준의 차이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생산자물가는 한국은행이, 소비자물가는 통계청이 각각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품목이더라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관계자는 "중간상인들이 마진을 챙기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생산-소비자물가의 차이를 유통구조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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