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자물가가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통 과정에서 마진이 인상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을 키우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과도한 상승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말보다 0.2% 상승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9배인 1.8%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이 생산자물가지수 상승률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으로, 전년말 이후 5개월간 상승률 기준으로 2001년 5월의 2.6%포인트 이후 8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산물 부문에서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상승률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5월 농산물의 소비자물가는 작년말보다 7.7%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 상승률 4.6%보다 3.1%포인트 높았다.
생산자물가의 하락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물가가 큰 폭 상승한 예도 있었다.
감의 생산자물가는 10.9% 하락했지만, 소비자물가는 34.4%나 급등해 상승률 차이가 45.3%포인트에 달했다. 조개와 피망은 생산자물가가 각각 24.9%와 1.8% 하락한 반면 소비자물가가 4.3%와 18.8% 오르면서 29.2%포인트와 20.6%포인트 차이를 나타냈다.
농수산물과 비교하면 덜하기는 하지만 가공식품이나 공산품 등에서도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오름폭이 차이를 보였다.
가전제품 중 선풍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9%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0.2%포인트 높았으며, 전기밥솥과 전자레인지는 각각 9.6%포인트와 7.9%포인트 격차가 났다.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미 반영한 생산자물가의 상승률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현상은 소비자의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통 과정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압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공급 조절이 어려운 데다 출하시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생산자물가 상승률 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며 "유통 과정에서 추가로 가격이 올라가는 점도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과도하게 웃돌면 소비자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경기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송태정 수석연구위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커질수록 구매력이 떨어진 소비자들의 고통도 커지게 된다"며 "앞으로 총수요 측면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지만 환율과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비용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여 저성장, 고물가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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