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16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자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4선의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중진 연석회의에서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내용을 거론, "이 대통령은 국정 기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국민의식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국민코드에 맞춰야지 국민이 대통령 코드에 맞추면서 따라갈 순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스스로의 진퇴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 발언의 역풍을 우려한 듯 "이 의원의 발언은 어제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선언을 인용한 것이죠"라며 곧바로 진화를 시도했고 이 의원도 "그렇다. 그런 취지로 말한 것이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의원은 발언 진의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사제단이 '대통령이 국민 뜻을 받들지 못할 바에야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에 부연해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내가 너무 심했나.."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이 다시 "대통령이 국민 코드에 맞춰야지 국민이 대통령 코드에 맞추냐"고 언성을 높이자 회의장에 있던 일부 의원은 "거기까지만 말씀하시라"며 제지에 나섰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4일 의원 워크숍에서도 "이 대통령이 사과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고,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일"이라며 "이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고 덕망있는 국무총리를 물색해 책임총리제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경발언을 쏟아냈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궤변에 이은 또 한 번의 망언"이라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진퇴를 거론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모독이며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의 파괴행위"라고 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국회 문을 닫아놓고 할 일도 안 하면서 반정부 투쟁 선동도 모자라 대통령 퇴진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회의원 자격을 의심하게 한다"며 "이 의원은 즉각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야 하며, 민주당 지도부도 이 의원에 대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 의원의 이 대통령 진퇴 발언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이 의원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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