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의 경기후퇴 속도가 둔화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진단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RB는 이날 발표한 경기평가보고서 베이지북에서 "최근 한 달간 12개 연방은행 관할 지역 중 5곳에서 경제 위축 정도가 완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 4월 중순 공개됐던 것에 비해 경기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봤다. '안정'과 관련된 단어들(stable, stabilize)만 60번 이상 언급되기도 했다.
우선 금융위기의 불을 지핀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과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리치먼드 시카고 캔자스시티 댈러스 샌프란시스코 등지의 주택 판매가 늘어났고 주택 건설도 일부 재개되고 있다고 FRB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 최대 주택 건축자재 소매업체인 홈디포는 당초 올해 순익이 하락할 것이라던 전망을 뒤집고 순익이 줄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FRB는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며 신중함을 보였다.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조건은 여전히 까다롭고 고용시장 역시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연내에 활발할 경제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FRB는 분석했다. FRB는 정책 금리가 제로에 가깝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고 임금수준도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용 부동산시장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FRB는 "많은 지역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미국 전역의 소매 매출이 미약한 상황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용경색으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생산자물가는 원유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새 베이지북은 FRB의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23~24일)를 앞두고 발표돼 당장 정책금리가 인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미 재무부는 이날 미국의 2009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 재정적자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점쳤다.
재무부는 지난달 재정적자는 189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237억 달러 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9년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9919억 달러로 늘어나 1조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미 행정부 역시 2009회계연도의 재정적자가 1조8500억 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재정지출은 3069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8% 증가한 반면 재정수입은 1172억 달러로 5.7% 감소해 적자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FRB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데 상당한 자금을 쏟아부은 탓이다.
올해 1분기 금융기관 구제 과정에서 떠안은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 등으로 FRB는 모두 52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특히 지난해 모기지유동화증권(MBS) 등 베어스턴스와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채권을 매입 한 데 따른 평가 손실액만 164억6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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