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최고형인 12년의 노동교화형이 선고됐지만 일단 재판이 끝남에 따라 이들의 석방을 위한 북한과 미국의 교섭이 시작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이후 북미관계가 최악의 대치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여기자들의 석방 교섭이 자연스럽게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여기자들에 대한 북한 측의 재판이 끝남에 따라 이들의 석방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교섭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서한을 북한에 보낸 일도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등이 특사로 방북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90년대 두 차례의 방북을 통해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의 석방을 이끌어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재판이 끝나면 그 때가 바로 (북한과) 협상에 착수해야 할 때"라고 밝혀 재판 이후 북미 간 석방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을 점쳤다.
북한 입장에서는 2차 핵실험 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이 추진되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여기자 석방교섭'이라는 아주 유리한 대미 협상카드를 쥐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 측의 석방교섭 제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측에서도 북한이 여기자 석방 문제를 계기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이튿날 여기자들과 가족의 전화통화를 허용한 것은 북한이 대립구도에서 벗어나 미국 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두 여기자가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달 석방된 이란계 미국인 록사나 사베리 기자와 유사한 과정을 밟아 석방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란은 사베리씨에 대해 '취재행위를 빙자,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적용,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뒤 석방했었다.
우선 여기자들의 신병 인계를 위한 북미 교섭이 시작돼 논의가 잘 되면 여기자들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미국의 고위 인사가 직접 북한을 방문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여기자들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으나 미국이 협상에 나오면 특별사면 등 형태로 석방하는 '거래'가 가능하다.
미국이 유엔에서 핵실험을 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북한과 교섭을 해야하는 난처한 입장을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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