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재무구조개선안으로 '대우건설 매각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유동성 악화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채권단의 압박이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우건설 풋옵션이란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50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행사가격인 3만1500원을 밑돌 경우 이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한 계약이다.
따라서 금호는 현재 1만원대에 불과한 대우건설 주가가 연말까지 이 선을 유지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3조~4조원의 차액을 보전해줘야 한다.
금호가 산은의 제안대로 PEF에 대우건설을 넘길 경우 당장 유동성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대우건설 인수 당시 주당 매입가가 2만6000원대인 반면 현재 시세가 1만원대에 불과해 대규모 투자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금호아시아나는 주요 계열사인 대우건설을 계열분리해야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안으로 금호그룹은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오는 9월까지 끌어들여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안은 현재 추진 중인 금호생명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등 자산 매각과 동시에 계열사별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자산을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해소하기 위해 제3의 투자자와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성사 가능성이 높다"며 "금호생명 경영권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한통운 매각설과 관련, “전혀 사실무근이다. 현재 산은과 협상이 진행중이므로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산은은 두 방법 모두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로는 오는 12월 돌아오는 풋백옵션 만기 이전에 이미 많은 금융회사들이 유동화에 나서 만기연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호아시아나의 경우 연장이 점차 어려워지는 마당에 새 FI를 찾기도 쉽지 않고 주가 회복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 압박을 가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예전 자구안으로 금호생명 매각안을 내놨지만 진일보한 내용이 없다”며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혀 초우량 매물인 ‘대우건설’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매각(지분 38.74%)의 경우 공시지가는 8000억원을 웃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8만7111㎡ )은 정류장 매표사업과 부동산 임대 사업을 통해 지난해 258억원의 매출과 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외형상 매출보다 터미널 땅의 가치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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