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대전집회‥경찰도 물대포 쏘며 응수
"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대전에서 이렇게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16일 오후 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이 화물연대 광주지부 제1지회장인 고 박종태 씨를 애도하며 시위를 벌인 대전시 대덕구 동부경찰서 인근 도로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이날 충돌은 민노총 조합원들이 당초 신고내용과 달리 중앙병원에서 약 1.7㎞ 떨어진 대한통운까지 계속 행진을 하려 하면서 빚어졌다.
시위대 사이에서는 돌이 난무했고, 이를 방패로 막던 경찰도 물대포와 경찰봉으로 응수하며 1시간여 동안 시가전을 벌였다.
만장(輓章)을 들고 행진하던 시위대는 박 씨를 애도하는 내용이 쓰인 검은색 천을 떼어내고 시위도구로 활용했다.
만장깃대 가운데 일부는 '죽창'처럼 끝이 날카로워 행진을 저지하는 경찰에게는 매우 위협적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한번에 5-6개의 만장깃대를 시위대 후방에서 공수해 온 뒤 대나무 끝이 경찰의 진압방패에 막혀 부러지거나 갈라지면, 곧바로 새것으로 교체해주기도 했다.
경찰은 경찰버스를 이용해 바리케이드를 친 뒤 물대포를 쏘며 행진을 막아보려 했지만 1만여명의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에서 지원 온 한 경찰관이 시위대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는 등 돌이나 경찰봉에 맞아 부상한 시위대와 경찰 수십명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대한통운까지 시위대가 휩쓸고 간 1.7㎞ 구간에는 전의경 버스와 지휘차량 등 경찰 차량 30여 대가 유리창과 철망, 문짝이 부서진 채 나뒹굴며 마치 폭격을 맞은 듯 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자신들의 행진을 저지한 데 대한 분을 풀려는 듯 눈에 보이는 경찰 차량마다 돌 등을 던지며 화풀이를 하기도 했다.
대한통운 앞에서 별다른 충돌없이 집회를 마친 시위대가 해산하는 순간 경찰은 검거조를 전격 투입해 시위를 주도한 민주노총 간부 등 80여명을 연행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주민들 사이에서는 시위대를 격려하거나 비난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현 정권 아래서 오죽 먹고 살기가 어려웠으면 저렇게 격렬한 시위를 벌이겠느냐"며 "교통정체도 있었고, 소음도 있었지만 시위대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경찰서에 진입하려 하는 등의 행위는 이해가 안된다"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여야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연합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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