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조기 관세화 신중히 접근해야

2009-05-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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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 "실패시 재정부담, 사회적 비용 고민 앞서야"

정부가 쌀 조기 관세화(시장 개방)가 유리하다며 공론화에 나선 가운데 조기 개방은 후유증을 낳을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농연농업정책연구소는 16일 농정 이슈 보고서 '쌀 조기 관세화 논의에서 유의해야할 점들'에서 "쌀 조기 관세화가 실패할 경우 치러야할 막대한 재정 부담 및 사회적 비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쌀 조기 관세화는 2014년까지 유예돼 있는 쌀의 관세화 시기를 앞당겨 이보다 일찍 쌀을 관세화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민간의 쌀 수입이 금지돼 있으나 일정한 관세를 물리되 수입을 자유화하는 조치를 뜻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쌀을 관세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하지만 아직 농민들의 불안감이 남아있으니 충분한 논의와 검토 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2014년까지 쌀 시장 개방을 연기하면서 대신 일종의 의무수입 물량인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의 쌀을 낮은 관세(5%)로 매년 수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물량이 해마다 증가해 이미 국내 수요를 초과하는 쌀을 들여오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 늘려야한다는 점이다. 반면 최근 국제 쌀 가격은 상승하면서 국산 쌀과의 가격 격차가 상당 폭 줄어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런 여건에서는 쌀 시장 개방이 차라리 쌀 수입량을 줄이는 길이라며 조기 관세화론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대책, 중장기적 쌀 산업 발전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개방은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장했다.

우선 최근 국제 쌀값 및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여건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지금까지 제기된 조기 관세화론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 협상, 급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경기 침체로 인한 국제 곡물시장의 수급·가격 여건 변화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대만의 실패 사례를 들어 "대만 정부는 관세화 전환 후 나타난 농업계 내외부의 문제를 막대한 재원 투입으로 해결하려했지만 사후적 정책 대응만으로 시장 안정 및 농가 소득 보전에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장기 국가 식량주권 확보 방안, 국산 쌀 수급·가격 안정 방안, 농가 경영·소득 안정 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논의해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밝혔다.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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