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4일 발표한 경제전망은 우리 경제가 올해 4분기부터 서서히 회복세를 타면서 내년에 본격적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이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번 전망은 지난 1월 KDI의 예상치를 대부분 지표에서 내려 잡은 것이지만 최근 정부와 민간 예측기관의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KDI는 올해 분기별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분기에 -4.3%에 이어 2분기 -4.1%, 3분기 -3.4%, 4분기 2.7%가 되면서 연간 -2.3%가 될 것으로 봤다.
지난 1월 KDI가 전망한 0.7%에서 끌어내린 것이지만 정부(-2.0%)나 한국은행(-2.4%) 전망치와 다를 바 없다. 전반적으로 -2%대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형국이다.
4분기를 플러스 전환 시점으로 본 것은 작년 4분기에 -3.4%로 급락한데 따른 기저효과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전분기 대비로는 1분기에 0.1%로 플러스로 전환된 상황에서 2~4분기에 각각 0.9%, 0.8%, 1.0% 등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전기 대비 성장률 곡선이 윗쪽으로 향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느리고 완만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출은 금액기준으로 3분기 -22.5%에서 4분기 5.5%로, 수입도 마찬가지로 3분기 -30%에서 4분기 4%로 각각 4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
KDI 전망대로라면 더디게 일어서는 지표는 설비투자, 민간 소비, 민간의 상업용.공업용.주거용 건물건설 부문 등이다.
설비투자는 하반기에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연간으로는 작년 대비 -16%로 추락하고 민간소비도 다소 회복하더라도 연간 -2%로 본 것이다.
취업자 수는 상반기 -18만 명, 하반기 -11만 명 등 연평균 15만 명이 줄면서 실업률은 3.8%로 높아지지만 물가는 2.8%로 안정될 것으로 봤다.
눈에 띄는 대목은 경상수지 흑자폭이다. 원자재 가격 안정과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수입 급감으로 208억 달러의 흑자를 내다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와 같지만 110억~181억 달러로 본 국내 연구기관이나 160억 달러로 본 정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 내년 3%대 후반 성장..본격 회복 국면
세계경제의 회복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경제도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돌입할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올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 국면이 이어지지만 2010년에는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전망이다. KDI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1% 내외, 내년 2% 내외가 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른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3.7%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들의 점진적 완화와 세계 교역 여건 개선 등으로 내수 및 수출이 정상화되면서 성장률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추세를 띤다는 의미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에 한국 경제 성장률을 1.5%로 본 것은 교역량 위축이 내년에도 심각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IMF가 국제금융시장 상황이나 교역 위축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는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0년 성장률은 상반기 3.5%, 하반기 3.9%가 될 것을 보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나 재정 정책은 올해보다 훨씬 긴축적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소비는 환율, 물가 및 고용상황 등 경제 여건이 안정됨에 따라 소득증가율과 유사한 수준의 회복세를 보이고, 설비투자는 올해 급속히 위축됐던 설비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비교적 큰 폭의 증가세가 예상됐다.
건설 투자는 사회 인프라(SOC) 관련 공공 부문의 투자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민간 건설 부문의 부진이 점차 개선되면서 전년의 증가세와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내년 상품 수출은 세계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의 비교적 큰 폭의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대비 6%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상품 수입은 원화 가치의 안정 및 내수 회복으로 8% 내외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 경상수지는 수출 부문에서 상당한 수준의 회복이 예상되나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흑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 수지는 흑자 규모가 올해보다 줄어 210억 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는 수출이 내년에 15% 내외 증가하고 수입 역시 2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는 환율 안정 및 내수 회복으로 적자 규모가 110억달러 내외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은 경기 회복에 따라 고용 여건이 점차 개선돼 3.5% 수준으로 낮아지고 취업자 수는 20만 명 내외 증가하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향 안정되면서 2% 중반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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