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삼성동에 사는 직장인 김씨(31)는 집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식대 1만2000원을 계산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제시했다. 그러자 식당 주인은 김씨에게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1000원의 현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요구를 했다. 김씨가 식당주인에게 사정을 묻자 "최근 매출이 줄어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가 빠져 이윤이 거의 안 남는다"면서 "불가피하게 1000원의 추가요금을 현금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은 "날이 갈수록 카드결제 고객이 늘고 있지만 이윤이 늘지않아 갑갑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카드 수수료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금융위기에도 준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영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외면하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금융위기 여파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순이익은 총 3조4000억원에 달했다. 가맹점에서 올린 수수료 수입도 전년 대비 16.5% 증가한 6조591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신한카드 1426억원, 삼성카드 1763억원 등 예년 못지 않은 실적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영세 자영업자들은 카드업계가 수수료 수입을 과도하게 챙기고 있다며 서민경제를 위해 일정 부분 환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동의 한 식당 주인은 "경기침체에도 카드사들은 큰 돈을 벌고 있지 않느냐"면서 "정부를 비롯해 은행, 기업들도 서민지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수수료율을 낮춰 소상공인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최근 2년 동안 수수료율을 상당 수준 낮췄기 때문에 더 이상 인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07년부터 여러 번에 걸쳐 수수료율을 1.0~2.0% 낮쳤기 때문에 당장은 인하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가맹점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고 금융당국의 움직임도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업종에서는 일반 가맹점 보다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이 더 높아 수수료율을 제대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운수업(평균 2.00%), 통신업(최저 1.10%), 오락, 문화 및 운동관련 서비스업(최저 1.50%) 등에 2.00%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영세 가맹점에 일괄 적용하고 있는 2.20%의 수수료율 보다 최고 0.7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운수업 등은 카드매출이 많이 일어나지 않아 수수료를 상하편차를 크게 두다보니 평균치가 낮아졌다"면서 "반면 영세 가맹점들은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하다 보니 수수료율 역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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