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밀려 교사들의 ‘스승의 권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교사 중 56%는 하지정맥류의 대표적 증상인 다리의 쥐, 무거움, 피로 등으로 수업진행에 방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교편을 잡은 지 22년째를 맞는 김정선(가명, 47) 교사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포의 힘녀’로 통한다.
그녀가 이 같은 별명을 얻게 된 이유는 바로 남자들처럼 울퉁불퉁한 다리 때문.
그녀의 다리 핏줄은 건장한 남성의 팔이나 손등에 울룩불룩 튀어나온 힘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무릎과 장딴지 부근의 핏줄이 굵고 진하게 나타나는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녀는 힘녀라는 별명과 달리, 학생들의 놀림에 하나하나 응대하기조차 힘들만큼 많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김 씨처럼 서서 장시간 일하는 교사들이나 스튜어디스, 간호사, 매장근무자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판매직 여성노동자들과 콜센터 등 사무직 여성노동자 총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하지정맥류 유병률이 앉아서 일하는 노동자보다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지정맥류 전문병원인 강남연세흉부외과가 지난 6년동안 하지정맥류 검진을 받은 435명의 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이 중 56%가 다리의 쥐(20%), 무거움(19%), 피로(17%) 때문에 수업진행에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정맥류는 종아리의 정맥과 동맥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종아리에 있는 판막이 그 기능을 상실하면서 피가 몰리고 혈관이 울퉁불퉁해지는 질환이다.
장시간 서있다 보면 다리쪽으로 혈액이 많이 고이고 이때 다리에 모인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서 다리 혈관이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또 다리의 혈관에 피가 모이는 이유는 중력에 저항해 심장까지 혈액을 안전하게 수송해야하는 판막이 제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유전적, 체질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유전적 요인은 아버지보다 어머니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연세흉부외과가 하지정맥류 환자들의 가족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0%는 어머니와, 35%는 아버지와 동일하게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 분비 변화로 인해 하지정맥류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만도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만인 사람은 날씬한 사람보다 순환 혈액의 양이 늘어나 복압(腹壓) 상승뿐 아니라 하지정맥 압력이 높아지고 정맥벽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돼 정맥벽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질환을 앓게되면 다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빨리오며 다리가 붓고 저리거나 쥐가 나 잠도 잘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 때 많은 사람들이 그냥 방치하거나 몸의 단순한 피로로 여기고 반신욕, 찜질 등으로 증상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이와관련 박승준 흉부외과 전문의는 “만약 하지정맥류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점차 병이 진행되면 튀어나온 혈관이 굵어지고 범위도 넓어지며 발목 부위가 붓거나 피부에 염증과 함께 피부색이 멍든 것처럼 변한다”며 “결국에는 습진, 피부 착색 등 2차적 피부변화와 정맥염, 피부궤양, 혈전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질환이 있는 사람은 열(熱)도 피하는 것이 좋다. 판막이 제 역할을 하도록 잡아주는 근육에 열이 가해질 경우 이완돼 판막이 더욱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혈관 자체도 이완돼 혈액의 역류 현상을 부추기게 된다.
따라서 뜨거운 열을 쬐는 찜질방이나 태양이 작열하는 바닷가, 수영장 등에서 선탠하는 것은 하지정맥류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절대 금물의 대상이다.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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