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일본 10년 장기불황' 우려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강조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재연할 것이란 우려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이후 장기침체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과다하게 풀린 돈으로 금융시장은 크게 나아지고 경기 급락세도 진정되고 있지만 이 돈이 실물부분이 아닌 증시·부동산 등 자산투자에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이후 자산 버블(거품)에 빠지고 경기가 일시적으로 상승한 뒤 다시 하강하는 더블딥(Double Dip)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확대된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일본이 10년간의 장기불황에 빠져들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도 위험성이 존재한다.
80년대말 과잉 유동성, 재테크 붐으로 일본의 버블경제는 1991년의 긴축금융과 부동산 규제강화로 인해 붕괴됐다. 이에 따라 버블관련 업종인 부동산, 건설, 유통 등에 대한 대출이 부실채권화했다. 1990년대 내내 경기침체 및 주가와 지가 하락으로 부실채권이 계속 증가했다. 버블붕괴로 사라진 자산의 10%에 달하는 100조엔이 은행들의 부실채권이 됐으며 10년간 16개 은행이 파산했다.
물론 모든 나라에서 부실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경제위기 탈출 여부가 결정된다. 일본 정치권은 공적자금 투입에 대해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반대 또는 소극적 입장을 표명했으며 부실처리를 포함한 금융개혁에 있어 속도가 느렸던 것으로 평가됐다. 또 부실규모에 대한 검사나 주가하락도 부실채권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일본 은행감독 당국은 부실채권액을 1998년이 돼서야 공표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본정부는 경기침체 가속, 금융시스템 불안, 실업 증가 등을 우려해 부실기업 정리에 미온적으로 대응했으며 종신고용, 연공서열 같은 일본적 경영관행을 타파하지 못했다.
우리 경제도 일본의 전례를 따르지 않기 위해선 유동성 과잉을 해결하기 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송민규 KDI 부연구위원은 10일 “일부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다고 유동성 흡수에 나서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재연될 수 있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할 때 스웨덴에 비교하곤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인수를 게을리 했지만 스웨덴은 구조조정을 열심히 했다는 설명이다.
손 연구위원은 “일본과 같은 상황을 재연하지 않으려면 구조조정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재연 우려를 의식, 통화확장적 정책을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현 시점에서 유동성을 조이는 것은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상황이나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현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유동성 회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기가 잘 돌아간다면 (정부가) 유동성을 회수하겠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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