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뛴다-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내실있는 '알토란' 실적이 필요하다"

2009-05-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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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부진에 영업이익률 떨어져 초반 상황 만만치 않아

"삼성전자처럼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글로벌 리딩 건설사로 우뚝 서자." 지난 3월 18일 취임식에서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자타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간판 건설사이다. 하지만 조그만 눈을 넓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 건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세계 무대에선 '명함'을 내밀기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 사장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건설회사가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얘기이자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33년 '현대맨'인 김 사장은 2007년 1월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사장으로 옮긴 뒤에 2006년 매출 2400억원에서 지난해 7400억원으로 2년만에 3배가 넘는 외형성장을 일궈냈다. 영업이익도 2006년 180억원에서 지난해 900억원으로 5배 가량 키우며 외형성장 못지 않게 내실도 다졌다.

현대건설은 외환은행을 비롯한 산업은행, 우리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사실상 공기업. 김중겸사장은 지난 2월 채권은행단의 현대건설 경영진추천위원회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만장일치로 현대건설의 새로운 수장으로 추대됐다. 김 사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채권은행단에서도 인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현대 김중겸호' 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뭐니뭐니해도 알토란 같은 실적을 내는 일이다.

전전임 사장이었던 이지송 사장은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조기졸업이라는 토대를 만들었다면 전임 이종수 사장은 이를 밑거름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만들어냈다.

김중겸 사장은 전임 사장들이 일궈낸 성과를 바탕으로 건설업계 맏형으로서 시공능력평가 1위 탈환과 내실있는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녹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수주 65억달러를 포함, 15조6006억원의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8조263억원, 영업이익 4626억원이 목표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기존에 수주해 놓은 물량이 있는 만큼,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수주와 수익률 제고다. 올들어 해외수주액은 19억5000만달러. 올해 3분의1이 흘렀지만 목표대비 3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주 역시 예상외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지난달 15일 있었던 동홍천~양양간 14공구 고속도로 건설공사(약 5600억원규모) 입찰에서는 경쟁사인 대우건설에 밀리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다 보니 1분기 수주실적은 3조19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301억원) 보다 18.6% 감소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제 시작인 만큼 큰 걱정은 안하고 있다. (수주전략에)문제가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좀 더 긴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가율 상승 등에 따른 수익률 저하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은 775억원. 지난해 1분기에 비해 31.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91%로 지난해(7.98%) 대비 50%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경쟁사 가운데서도 대우건설(3.50%)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가절감과 이익률 제고가 최대 현안인 셈이다.

아직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현대건설 관계자의 얘기지만 "현대건설이 그동안 승승장구하면서 조금은 자만한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경쟁사 관계자의 얘기도 의미심장하다.

김중겸 사장은 '변화'를 강조한다.


변화와 도전이 없으면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33년을 '현대맨'으로 살아온 김 사장에게도 이러한 모습이 보였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김 사장은 변화를 강조했고 조직도 젊은 조직으로 일신했다. 이와 함께 원전, 담수 분야 등 신수종 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일주일동안의 중동 방문 일정을 마치고 지난 5일 귀국했다. 사장 취임 후 첫 공식 해외출장이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해외출장은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해외수주를 확대하고 원가율을 낮추면서 이익률을 끌어올리느냐 하는 전략회의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오는 17일 다시 5박6일 일정으로 동남아(싱가폴, 베트람, 스리랑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이유와 목적은 같다. 알토란같은 실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만큼 바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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