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4.29 재·보선에서도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경주 재선거에 자신의 특보 출신인 정수성씨가 무소속 출마,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친이-친박 대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한나라당으로서도 미묘한 상황인 만큼 이제까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삼가왔다.
당의 지원유세 요청은 거절했지만 영남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도 피했다. 당장 21일 별세한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 빈소가 마련된 영남대 병원도 가지 않기로 했다.
주요 인사의 빈소는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방문해 온 만큼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친박' 의원들 입장도 난처하다. 허태열 최고위원을 비롯해 당직을 맡고 있는 친박 인사들에게는 지원유세 요청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지만 아예 유세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유세를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고 영남권 친박 인사는 "경주 때문에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주류측에서는 선거 마지막까지 '박풍(朴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는 25일 박 전 대표의 대구행이 문제다. 박 전 대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벌어지는 '비슬산 참꽃축제' 참석을 위한 방문이지만 선거일을 나흘 앞둔 미묘한 시기인 만큼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주변에서도 "매년 가던 행사기 때문에 오히려 안가는 게 이상해서 가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지만 측근들 사이에서도 "애매한 시점이라 오해를 많이 받겠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은 이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재·보선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지원유세 요청도 이미 거절했고,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내달 5일부터 일주일간 예정된 박 전 대표의 미국 방문에 서상기, 안홍준, 유정복, 이계진, 유재중, 이정현, 이진복, 이학재 등 측근 의원들이 대거 동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방문에 측근을 일절 대동하지 않았던 것과 대비된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주변과 스킨십 강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이번 방문에서 오는 6일 스탠퍼드대 특강에 이어 7일 실리콘 밸리 방문, 8일 교민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유 의원은 "특별히 스킨십을 강화한다든가 하는 전략적 차원은 아니다"면서 "비회기 기간인 만큼 의원들을 동행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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