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보증 도입은 보증기관과 원도급자에게 또 다른 위험을 가중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괄보증이란 하도급자의 하도급 대금, 자재 공급자의 자재 대금, 건설기계 임대업자의 건설기계 임대료의 지급을 하나의 보증서로 포괄적으로 보증하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2일 '포괄보증 도입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 보고서를 통해 포괄보증제도의 도입은 법체계와 상관습이 다른 미국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의섭 건설산업연구실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재대금과 건설기계 임대료를 개별적으로 보증하는 개별보증을 도입하고, 이 경우에도 자재공급업체와 장비업체는 하도급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하도급자를 주채무자로 하는 개별 보증을 도입할 것으로 제시했다.
이 실장은 포괄보증 도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채무자인 원도급자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하도급자와 계약을 체결한 자재공급자나 2차 하도급자가 하도급자로부터 자재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에도 원도급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 법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원도급자가 2차 하도급자나 자재공급자 등에 대한 지급의무를 지는 지급보증의 주채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하도급자가 공사를 마치고 정산할 경우 원도급자에게 부채와 클레임을 완불했다는 선서 각서인 ‘애퍼데이빗(affidavit)’을 제출하는 관행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상관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포괄보증은 원도급자가 도산하면 자재공급자 또는 하도급자는 도산한 원도급자와 공모할 수 있고 2차 하도급자 또는 자재공급업자는 하도급자와 공모해 허위 계약서를 근거로 보증금을 청구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보증기관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포괄보증을 의무화해 대금지급을 보증하면 거래당사자는 거래 상대방 선택에 신중을 기하지 않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정책 대안은 하도급자·자재공급자·건설기계 임대업자 등(하도급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포함)을 개별적으로 대금 지급 보증을 하는 것이라고 이 실장은 주장했다. 다만 하도급자의 도덕적 헤이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 실장은 "장기적으로 선진화된 정책 대안은 도덕적 해이 문제도 해결하는 정부가 신용보험시장을 조성하여 거래당사자가 선택한 신용에 대한 위험은 자신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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