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현업 직원 8000명 현장 투입...의무 할당 등 실적 압박 거세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1월 14일 취임 직후 본사 임직원 3000명을 영업 일선에 재배치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영업에 탄력이 붙었다.
하지만 영업 경험이 전혀 없는 임직원들에게 강제 할당 판매를 시키면서 현장에 재배치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5일 KT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KT 본사에서 현장으로 재배치된 임직원 3000명이 영업 일선에 가세해 가입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임직원 3000명 중 마케팅사업단에 1500명, 법인사업단에 1000명, 네트워크운영단에는 500명을 배치됐다.
이에 따라 KT의 영업 인력은 전국적으로 8000명에 이르게 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4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현장에 재배치된 직원들은 지난 1월 말부터 한 달 동안 KT의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와이브로 등에 대한 상품 교육을 받고 지난 2월 말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특히 이들 중 개인 상대로 영업을 하는 마케팅사업단에 소속된 직원들은 영업 경험이 전혀 없어 현재 가족, 친척, 친구 등 '지인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마케팅사업단은 개인별로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 상품에 대한 의무 할당을 주고 있어 직원들의 실적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 직원들은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인데다가 KT의 영업 인력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 무리하게 현장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현장에 재배치된 한 직원은 "본사에서 영업과 무관한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현장에 배치돼 당황스럽다"며 "일정량의 가입자 유치를 강제적으로 맞추도록 압박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지인들을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유선시장은 이미 포화된 상태여서 영업이 쉽지 않은데 경험도 없는 직원들을 무리하게 현장으로 투입시켜 직원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며 "KTF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커 실적을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법인사업단에 배치된 직원들의 경우 매월 지급되는 영업지원비가 30만원에서 10만원 줄어 업무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은 KT-KTF 합병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실적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석채 KT 회장도 능력 제일주의 경영 원칙에 따라 "능력이 부족한 임직원들에게 3번의 기회를 주고 그래도 안 되면 본인이 알아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며 구조조정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또한 KT는 과도한 현금마케팅 등으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사를 받고 있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KT가 시장을 싹쓸이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이 과도한 경품마케팅으로 조사를 받고 있어 KT가 가입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KT가 합병과 동시에 유무선 결합상품 등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 조직개편으로 본사 조직을 슬림화 했기 때문에 잉여인력을 현장에 재배치해 현장 영업을 강화한 것"이라며 "KT 입장에서는 인력 활용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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