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건설사 구조조정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업계에 초기 계약률 80% 이상을 기록한 사업장이 있어 화제다.
금호건설이 옛 단국대 부지에 지은 한남 '더 힐'이 화제의 주인공으로 5년 임대 보증금 25억원에 월 임대료만 43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임대 주택이다.
매달 200만원 이상의 관리비를 부담해야 하지만 최고 청약률 51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또 모델하우스는 분양을 받기 위해 몰려든 유명 연예인과 기업인들로 발디딜 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주택을 소유해야 할 만한 이유는 많다. 입지 조건이 좋은데다 임대 주택이기 때문에 등록세,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분양이 성황을 이룰 수 있었던 근본적인 요인은 자신의 부를 드러내고자 하는 부자들의 과시욕일 것이다.
비싸면 비쌀수록 소유하고 싶어지는 심리. 이른바 베블렌 효과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부의 축적을 가져오는 원천이 아니라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불황을 잊은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는 서민들은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소득 감소와 실직 등으로 애지중지 납입하던 보험까지 깨야 하는 이들에게 월 관리비 200만원의 허울 뿐인 임대 주택은 먼 남의 나라의 일일 뿐이다.
청년 실업 300만 시대에 월 임금 88만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은 보증금 25억원짜리 임대 주택 소식을 접하면서 지독한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사회 초년생들의 임금을 깎아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고 기존 임직원들도 임금을 일정 부분 반납해야 할 만큼 경제위기가 심각하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모델하우스로 몰린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차현정 기자 force4335@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