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해약 환급금, 2%만 받아라?

2009-02-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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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민원 쌓이는데...당국은 수수방관

#)2년 전 H보험의 굿앤굿 상품에 가입한 K씨(여)는 급전이 필요해 보험 해약금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던중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터무니 없이 적은 해약금 때문이다.

K씨는 2년 넘는 기간동안 매달 3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꼬박 납부해왔다. 하지만 그가 해약금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보험료의 2%에 불과한 1만4370원이다.   

K씨는 적립보험료중 매월 1만5000원 정도가 사업비로 지출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입 당시 설계사는 적립보험료가 만기에 환급된다는 말만 했을 뿐 사업비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보험업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험 시장이 소비자는 배제된 채 보험업계와 관계 당국에 의해 주도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소비자단체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보험과 관련된 소비자들의 민원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소비자보호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지난 11월에 496건을 기록한 이후 매월 520~600건이 쌓이고 있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민원 내용의 상당수가 보험 계약 당시 계약 내용을 자세히 전달받지 못했거나 또는 왜곡된 설명을 들었다는 것"이라며 "보험업체들은 보험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하면 잘못된 점을 소비자들에게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영국,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회보험방식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 국민들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당국이 보험 관련 민원을 정확히 밝히기를 꺼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은 개별적인 보험민원 통계를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민원 해결 비율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우 금감원 보험계리연금실장은 "보험업계의 공시를 개선할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일부 파악하고 있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H보험의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온라인을 통해 정보가 쏟아지면서 보험업계에 대한 요구 사항도 많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의견 수용은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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