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모씨(여)는 지난 2006년 월 50만원씩 납입하는 조건으로 A생명의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이후 500만원 가량 납입했을 때 경기침체 등으로 여윳돈이 부족해지자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납입금액을 줄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설계사는 납입 중지를 하고 있다가 사정이 나아지면 다시 납입해도 된다며 설득했다. 김씨는 설계사만 믿고 보험료 납입을 중지했다가 지난해 12월 보험사로부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남은 해약환급금이 1만원에 불과했다. 증시가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데다 납입 중지 기간에도 월 대체보험료와 사업비 명목으로 원금이 축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시장 불안으로 큰 피해를 입은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최근에는 계약 해지 위기로 내몰리며 두 번 울고 있다.
건수 늘리기에 급급한 보험설계사들이 언제든지 보험료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만 강조하고 납입 중지 기간 중 쌓아놨던 보험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탓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험료 납입을 중단하는 변액보험 가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로 정상적인 보험료 납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약관대로 보험료를 줄여 납입하면 되지만 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설계사들은 대부분 납입금액 인하보다는 납입 중지를 선택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잠깐 보험료 납입을 중단했다가 여윳돈이 생기면 다시 돈을 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납입 중지 기간 중 보험사 운영을 위해 쓰이는 사업비와 월 대체보험료 등이 빠져나가 이미 냈던 보험료 잔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은 가입 당시는 물론 납입 중지를 선택하는 시점에도 듣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비는 월 보험료의 15%, 월 대체보험료는 월 보험료의 10% 수준으로 월 50만원을 납입하는 가입자의 경우 매월 10~15만원의 원금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아무 생각 없이 몇 개월 보험료 납입을 중단한 채 시간을 보내게 되면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B생명의 변액보험 상품을 선택한 한 가입자는 "적금보다 낫다는 말에 기존 적금을 깨고 변액보험을 선택했다"며 "당초 약속했던 12% 이상의 수익률과 복리 이자 등을 기대하기는 커녕 이제 계약이 해지될 것을 걱정할 처지가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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