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직장 공기업, 민간 수준으로

2009-02-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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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기관의 대졸 초임을 최대 30% 삭감하기로 함에 따라 그동안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공기업들이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오게 됐다.

   공기업은 민간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된데다 임금.복지수준도 높아 우수 인력이 몰리자 정부가 인재를 분배하고 민간기업의 임금경쟁 부담도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정조치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의 경제 위기를 맞아 공기업 직원의 대졸 초임 인하로 인턴 등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다.

  
◇ 고용안정에 고임금까지 누린 공기업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시장에 맡겨서는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분야의 사업을 정부 주관하에 하는 기업들로, 대부분의 경우 기업간 경쟁이 없는데다 국가가 존속하는 한 기업이 사라질 가능성도 거의 없어 매우 튼튼한 직장으로 꼽힌다.

   여기에 독점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직원들에게 임금도 후하게 주는 편이어서 작년 기준으로 116개 공공기관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보수는 2천936만원으로 민간기업 평균인 2천441만원의 1.2배 수준이다.

   24개에 달하는 공기업이 2천855만원, 80개 준정부기관은 2천935만원, 12개 기타 공공기관은 3천19만원 등이다.

   개중에 금융공기업 등 일부 공공기관들은 신입사원 초봉이 4천만원에 육박하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 각종 복지혜택도 풍부해 세간에서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 등의 질시 섞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공기업의 고용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졸업자들이 이 쪽으로 몰려 한 공사의 경우 올해 입사시험에서 70명 모집에 1만여명이 지원, 15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1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 해외 유학파와 석.박사, 국가고시나 전문자격증 소지자 등 여러 분야의 고급인력들조차 '신이 내린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의 경우 대졸자들의 기대임금을 주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2008년 상반기 기준 300인 미만 기업의 미충원율은 19.8%로 300인 이상 미충원율 8.6%의 두배가 넘어 심각한 인력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

  
◇ 공기업 초임, 민간 수준으로
정부의 이번 공기업 대졸 초임 삭감 조치는 공기업 효율화와 일자리 나누기라는 두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공기업의 임금을 삭감해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남는 재원은 청년 인턴 확대 등 일자리 나누기에 쓴다는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공기업 대졸 초임은 올해부터 16%가 깎여 민간기업 수준인 2천500만원으로 낮아진다.

   대졸 초임의 경우 일본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72% 수준이고 영국은 92%, 미국은 94%인데 반해 한국은 128% 수준으로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용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일자리 초임 삭감을 통해 인턴채용을 하게 되면 각 기관에서 추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기업 대졸 초임이 삭감되면 공기업으로 몰리는 인력 편중이 해소되고 민간기업에서도 초임 인하를 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채용이 확대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 차관은 "사회 전반적으로 초임 인하가 확산되면서 공기업에 몰리는 인력시장의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률은 최소 1%에서 최대 30%까지 차등 적용된다. 초임이 3천500만원 이상이면 삭감률이 20~30%, 3천만~3천500만원은 15~20%에 달한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평균 연봉이 3천106만8천원에 달하는 금융공기업의 경우 삭감률이 클 전망이다.

  
◇ 기존 직원 고통분담 없어
그러나 이번 공기업 초임 삭감은 기존 직원의 고통분담 없이 신입사원들만 희생양으로 삼는게 아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번 조치에 따라 기존 사원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된 채 올해부터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임금을 깎아 차장이나 부장 등 간부가 될 때까지 계속 적용한다.

   이미 입사한 직원과 올해부터 입사하는 직원들간에 임금 격차는 갈수록 커지게 되고 이로 인해 조직내 위화감도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직원에 대한 임금 체계도 검토해야 하지만 소급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데다 섣불리 손을 댈 경우 직위에 따라 최대 50%까지 임금을 깎아야하기 때문에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용걸 차관은 "기존 직원에 대한 보수 체계는 노사 합의에 의해 조정되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도 "기존 직원들의 경우 앞으로 퇴직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면서 "이번에 신입 직원들부터 임금 체계를 바로 잡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점점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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