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지시 한달 넘도록 조사中
민간 위기극복 총력 불구, 정부 허송세월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불안의 대안으로 떠오른 ‘잡셰어링’(일자리나누기)이 여전히 겉돌고 있다.
고용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잡 셰어링을 새로운 형태의 구조조정 모델로 정착시키겠다던 정부는 여전히 삭감폭과 신규일자리 창출 규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잡지 못한 채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잡셰어링을 위해 공공기관의 자료를 조사 중”이라며 “초임삭감 폭이나 일자리 창출 규모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선진화’계획을 발표하며 잡셰어링을 통한 일자리 유지를 위해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인원이나 신입사원의 연봉 등의 현황파악에 들어간 바 있다.
그 후 이명박 대통령이 1월 “잡셰어링의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지시한 이후로도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자료 조사만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당초 재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자료조사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자료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신입사원들의 보수삭감 여부와 그에 따라 확보되는 재원의 수치가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동부 관계자 역시 “지난달 말 관계부처에서 일자리 나누기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는 ‘위기극복지원단’, 지자체 차원에서는 ‘지역노사민정협의체’를 각각 구성해 노사의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고용 안정에 정부가 앞장서기로 했으며 이에 후속조치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잡셰어링은 노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잡셰어링을) 하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없는 사안”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소기업들도 잡셰어링에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등 민간에서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해야 할 정부는 자료의 방대함 등을 이유로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의 신규 취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0만3000명이나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1월의 실업급여 신청자와 지급액은 각각 12만8000명, 2761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신규 취업자 목표치를 10만명 증가에서 20만명 감소로 대폭 낮춘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감소세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은 정부 전망치(마이너스 2% 성장)대로라면 올해 실업자는 연평균 98만명,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마이너스 4%)대로라면 연말쯤 120만명을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월 졸업생과 구조조정 실업자가 쏟아지면 사회적인 안정감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새 경제팀은 일자리 나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총력전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한나 기자 hanna@
이보람 기자 bo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