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도시브랜딩의 힘

2009-06-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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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원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대표)

‘도시’가 ‘브랜드’를 만났다. 과거 제품과 서비스에만 통용되던 브랜드의 개념이 이젠 도시에도 적용되어지게 된 것이다. 도시에 브랜딩의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된 것은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이래 민선 3기부터라고 볼 수 있으며, 초기 단계에는 CI(City Identity)가 대세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단연 도시브랜딩(City Branding)이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그러면 CI와 도시브랜딩은 어떻게 다른가? 둘 다 도시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두 개념이 서로 일치하지만, CI가 시각적인 면에 치중한 개념이라 한다면 도시브랜딩은 언어적인 면을 우선으로 삼는다. 즉, 도시브랜딩은 도시의 자기다움 찾기, 매력 만들기, 기억심기의 단계로 진행하되, 특히 도시명 앞에 수식어나 슬로건 등을 내세워 이를 대대로 홍보하면서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나가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인 셈이다.

올해는 전라북도가 도시브랜딩 사업의 그 첫 테이프를 끊었다. 전라북도는 새해 “천년의 비상, 전라북도”를 도시브랜드로 발표하면서 선포식을 가진 바 있다. 이를 통해 전라북도는 오랜 전통을 기반으로 향후 새만금을 통한 천년의 미래를 꿈꾸는 도시 비전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동안 전라북도는 가장 낙후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으로 꼽히고 있었다.

우리나라 도시들을 보면 좋은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장점을 자기지역 사람들 보다는 외부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그런 면에서 도시브랜딩은 그 도시의 특징을 짧은 단어로 응축시켜 소비자인 방문객들에게 쉽게 각인시켜주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뉴욕의 ‘I ♥ NY', 도쿄의 ‘YES Tokyo', 홍콩의 ‘Asia's World City, Hong Kong', 싱가포르의 'Uniquely Singapore' 등은 너무도 유명한 도시브랜딩의 성공 사례들이다. 특히 세계적인 디자이너 밀튼 그레이저가 디자인한 ‘I ♥ NY'는 이미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도 쉽게 기억하는 세계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뉴욕을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가 디자인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나 모자, 열쇠고리 등 기념품 하나 정도는 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는 외국의 성공사례만 추종하는데 급급하다 보니 우리나라만의 색깔이 없어져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Hi 서울’ ‘Dynamic 부산’ ‘Colorful 대구’ ‘Fly 인천’ ‘It's 대전’ ‘Feel 경남’ ‘Pride 경북’ 등등... 대부분의 도시들이 너무 글로벌 이미지에만 편승한 나머지 우리의 언어가 갖는 강점을 망각해버린 것 같아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내국인 고객을 도외시한 채 외국인 고객만을 염두에 둔 도시브랜딩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나라에는 모두 246개의 지자체가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저마다 자기 지역 알리기에 모든 마케팅 기법을 총 동원하고 있다. 저마다 CI와 도시브랜드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히고 자기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힘겨운 몸부림을 치는 모습은 가히 처절할 정도이다. 그러나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고 해서 도시브랜딩의 진정한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명심해야 해야 할 것은 옷을 제대로 입었는지, 첫 단추부터 올바로 잘 꿰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약력>
서울대 산업디자인과 졸,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경영학 석사)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디자이너, 월간 디자인 편집장, 대전엑스포조직위원회 디자인실장 역임 현, 엑스포디자인브랜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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