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다보스포럼은 '그들만의 리그'?

2009-01-2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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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동부 그라우뷘덴주에 위치한 인구 1만3000여명의 소도시. 독일의 대문호 토마스 만이 발표한 '마의 산'의 무대로 알려진 역사적인 도시 다보스에 매년 1월이면 각국 정·관·재계 수뇌들이 모여 글로벌 정치를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와 관련된 현안을 논의한다. 올해로 벌써 38년째다. 바로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다. 

   
 
민태성 국제경제팀장
다보스는 스위스의 유명한 겨울 휴양지에서 매년 초마다 전세계 주요 인사들이 집결하는 '회의장'으로 바뀌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 교수였던 클라우스 슈밥이 지난 1971년 첫 포럼을 열 때만 해도 유럽 재계 인사들이 관심사를 토론하는 모임에 불과했던 다보스포럼은 이제 해마다 2000여명의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이 고급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벌이는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지난 28일 2009년 다보스포럼이 닷새 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올해 주제는 '위기 후의 세계 재편'이다.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불참하면서 김이 빠지기는 했지만 전세계 91개국에서 각 분야 지도급 인사 2500여명이 참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금융위기를 비롯해 주요 현안들을 다루면서 올해도 다보스포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난도 만만치 않다.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외하고 참가비만 4000여만원에 달하는 포럼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부 고위 인사와 대기업 임원 등 사회의 주류층이 다보스포럼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세계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출현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기도 했지만 다보스포럼은 그동안 '세계화 전도사의 집결체'라는 비난 속에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가장 큰 이슈로 다루면서 선진국들의 발언 창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반세계화주의자로 유명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세계화만을 줄기차게 외치는 다보스포럼에 대한 회의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개도국을 비롯해 후진국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보다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결국 행동 없는 말뿐인 파티라는 뜻으로 나토(NATO, 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오죽하면 남미 주요국을 중심으로 다보스포럼의 안티 체제를 표방하는 세계사회포럼(WSF)이 만들어졌을까.

굳이 WSF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다보스포럼이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전세계 '명사'들이 참가하는 행사지만 전세계를 윕쓸고 있는 금융위기를 예상하지도 못했다. 

지난해에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긴급 금리인하조치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대안 제시가 아닌 비난을 위한 비난에 그쳤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과연 다보스포럼이 가진 자들의 파티이자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그들만의 리그는 결국 그들만의 것일 뿐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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