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지표로 단골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먹거리다. 특히 오랫동안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라면과 소주는 불황 속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대표 상품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1~10월까지 라면을 1조 원 가까이 팔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8%나 늘어난 수치다. 오뚜기도 라면, 카레 등 즉석 식품의 판매 호조로 큰 폭의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오뚜기의 지난해(1~9월) 매출액은 978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491억 원을 달성해 작년 동기 대비 21.5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농심의 한 관계자는 “라면 매출양이 늘기는 했지만, 불황이어서 뜨는 것은 아닌것 같다"며 ”불황일 때 다른 상품이 안 팔리니까, 상대적인 개념으로 라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돈 몇천원에 시름을 달랠수 있는 '소주'는 작년 한 해 동안 34억5000만병(360㎖ 기준)이나 마셨다. 2007년(33억1950만병)에 비해 1억3000만병, 2001년(28억1012만병)보다는 무려 6억4000만병 늘어난 수치다.
작년 1년간 마신 소주를 국민(4800만명 기준) 1명꼴로 계산하면 72병이다. 술을 마실 수 있는 19세 이상 성인(3700만명 기준)의 경우엔 93병으로 4일에 1병꼴이다.
술소비만 늘어난 게 아니다. 술과 함께 성인의 기호품인 담배도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남성 흡연율(40.9%)은 2000년 이후 처음 증가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담배 소비량은 946억개비로 2007년(918억개비)보다 3.1% 증가했다. 국민 1인당 흡연량은 1970개비로 전년(1912개비)보다 68개비 많았다.
굿모닝신한증권은 불황기에 투자 매력이 높은 제품을 분석한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경기 불황기에 판매량이 늘어나는 소주와 라면, 담배를 3대 주목할 종목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하송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1998년의 외환 위기사태, 2002년의 IT 버블 붕괴, 2003년 카드 대란까지 세 번의 극심한 경기 불황 요소가 있었고 지금은 또다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시련을 맞고 있다”며 “90년대 이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무조건 소비를 줄이거나 싼 것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값이 싸면서도 브랜드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고 있고 기업들도 이러한 마케팅 전략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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