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 투입돼 적군으로 만난 A, B 두 병사. 이들의 체력 상태를 각각 100이라고 가정해보자.
서로 총격을 하면 두 병사 모두 상처를 입고 체력은 30으로 떨어진다. 그런데 A가 총을 쏘지 않으면 B는 전혀 방해받지 않고 공격할 수 있으므로 A는 체력이 10으로 떨어지고 B는 체력이 110으로 높아진다. 둘 다 공격하지 않으면 A, B 모두 100의 체력을 유지한다.
상대방이 공격할 경우 나도 같이 공격하면 30, 공격하지 않으면 10의 체력을 갖게 된다. 반대로 상대방이 공격하지 않을 경우 나만 공격하면 110, 공격하지 않으면 100의 체력을 갖게 된다. 결국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지 나는 무조건 사격하는 것이 이득이다. 따라서 A와 B는 서로 공격할 것이고 각각 체력이 30으로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결말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바람직한 것일까. 둘 다 공격하면 두 병사의 체력 합계는 60이 된다. 한쪽만 공격하면 둘의 체력합계는 120이고, 서로 공격하지 않으면 체력합계는 200이 된다. 두 사람 모두를 배려한다면 서로 공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도 서로 공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결론은 서로 총을 쏘지 않기로 사전에 약속을 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면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입지 않고 무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은 시장경제의 핵심이다. 시장경제의 효율성이 높은 이유는 바로 경쟁때문이며 경쟁이 없는 시장경제는 생각할 수 없다.
설 명절을 코앞에 두고 공정위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할인점을 통해 판매하는 치약과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의 가격 및 거래조건을 담합한 5개 생활용품 제조업체(LG생활건강, 애경산업, 태평양, CJ라이온, 유니레버코리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LG생활건강, 애경산업, 태평양은 2005년 7~9월까지 치약을 소비자 판매가격 대비 30% 이내의 가격할인과 덤 제공 등 판촉활동을 제한하기로 합의하고 2006년 5월3일까지 합의를 실행했다.
또 LG생활건강, 애경산업, 태평양, CJ라이온, 유니레버코리아 5개사는 2005년 7월 추석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판매하는데 10+1이외의 물량 덤 금지, 상품권 증정 금지, 판촉물·쿠폰 지급 금지 등 일체의 판촉활동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가격 담합 행위는 시장경제의 敵(적)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데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서로 짜고 공급가격을 고정시켜 버린다면 시장은 왜곡된다. 소비자만 착취당하는 셈이다. 문제는 가격 담합 의혹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실제 드러나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경제가 선진화될수록 가격 담합 같은 시장질서 파괴행위는 철저히 응징돼야 한다. 부당가격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이런 불공정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박상권 기자 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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