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산업은행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끝났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미루고 있어 앞으로 법정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화컨소시엄(‘한화’)은 지난해 11월 산업은행과 합의로 대우조선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한화는 주식매매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며 잔금 분할 납부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말 예정이던 본계약 체결 시한도 이달 30일로 한 차례 연기했고 한화측에는 양해각서 내용을 존중하고 이해당사자들간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과 새로운 자금조달계획 수립 등 인수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산은은 또 한화의 자체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활용한 자산매입 방안을 지난 6일 제시했다.
특히 한화가 저가매각에 대해 우려할 것을 감안해 산은은 사모투자펀드 운용수익의 일정 부분을 한화가 사후에 배분받을 수 있도록 문제점을 해결코자 했다.
이에 한화는 지난 9일 새로운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면서 인수대금에 미달하는 자금조달규모를 제시했고 부족분은 5년 후에 분할매수 해줄 것을 산은측에 요청했다.
산은은 양해각서에 어긋나는 분할매각은 수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히고 인수대금에 충당하는 실현가능한 자금조달계획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한화는 지난 9일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과 분할매수안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난 15일 산은측에 통보하면서 협상 결렬을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22일 지난해 12월말 한화측에 밝힌 매도인의 권리행사로 양해각서 해제를 결정했다.
한화측은 “산은이 마치 우리만의 잘못으로 매각 자체가 틀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협상을 기본 전제로 하는 M&A 속성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오히려 초유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형 M&A를 성사시키기 위한 유연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22일 장교동 본사에서 산은의 대우조선 매각의 공식파기 결정에 대한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금춘수 사장은 “조선경기 위축으로 인수대상 기업의 부실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밀 실사없이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무리”라며 “전대미문의 금융위기에서 계약 성사를 위해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했으나 수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등 재매각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한화에 제안한 사모투자펀드 매입 등의 획기적 내용으로 매각에 대한 마지막 변수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러나 산업은행 매각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매각이 물건너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매각진행 절차부터 잘못됐기 때문에 이번 협상이 깨진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앞으로 좀더 건실한 기업을 선택해 매각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ajnews.co.kr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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