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들 두달만에 또 이사? '울상'

2009-01-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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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본사 직원 1400명 가운데 1200명이 태평로에서 서초동 사옥으로 이사를 온지 2개월만에 다시 이삿짐을 싼다.

지난 21일 삼성전자가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으로 스텝부서 직원들의 85% 이상을 현장에 배치하면서 이들의 재이동 행렬이 시작된 것이다.

현장 배치가 결정된 직원들은 수원, 기흥, 탕정, 구미 등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기지 및 연구거점으로 이삿짐을 싸야 한다. 그나마 수원과 기흥은 서울 생활권에 속하지만 탕정과 구미에 발령을 받은 직원들은 거주지를 이동해야 한다.


자녀의 교육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역 커뮤니티는 포기해야 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 침체와 역전세 대란을 감안하면,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처분에도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히려 현장배치 속도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까지는 현장으로 인력 재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 위주로 조직개편이 진행중인만큼 아직 정확한 규모나 배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2월 초에는 이에 대한 최종안이 결정돼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한 차장급 직원은 "지난해 서초동 사옥으로 이사를 하면서 자녀 교육 문제 등을 감안해 주변으로 이사를 왔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손해를 본데다 배치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면 세금 문제도 있어서 당분간 가족과 떨어진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입사 3년차인 한 직원 역시 "올해 가을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현장 배치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자친구가 직장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혼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그나마 이들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 수를 1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기존 800명 상당의 임원 가운데 300명 이상이 이번 개편에서 퇴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불경기 가운데 그나마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 재배치되는 인력과 기존 현장 인력 사이에 업무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여 향후 일반 직원의 지위 역시 불안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직원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업무를 조율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인원도 상당수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일부 직원들은 거취에 대한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직원들이 아직 어디로 이동할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발령지가 구체적으로 결정된 후에 향후 거취에 대한 고민을 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늘 기자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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