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역사적 사건을 맞는 미국증시가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을까.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가운데 증시 제반 여건은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증시에 큰 호재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 악화 등 증시 펀더멘털은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19일 휴장, 오바마 20일 공식 취임=마틴 루터 킹 목사 추모일로 19일 휴장에 들어가는 등 거래일수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를 키우면서 본격적인 매수세 유입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가 분석했다.
BMO 캐피탈 마켓의 로버트 카프칙 투자전략가는 "증시는 일반적으로 5개월 뒤 실물경제를 반영한다"면서 "그러나 현재 최상의 시나리오는 연말에나 경제가 회복에 나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취임식을 앞두고 미셸 오바마(왼쪽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인, 질 바이든이 볼티모어 전쟁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은 일시적으로나마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20일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앞으로 4년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한 계획을 밝힌다.
국정운영 계획을 통해 감세를 비롯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의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증시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주말 하원이 825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을 제안한 것도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증시는 지난주 금융업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기대감에 힘입어 주말을 앞두고 상승세를 연출했지만 한주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다우지수는 일주일 동안 3.7% 하락했고 S&P500이 4.7%, 나스닥이 2.7% 빠졌다.
◆금융기관 안정책 기대감 ↑=일각에서는 이번주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안이 구체적인 모양을 갖출 경우 증시 상승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정부 주도의 은행을 설립해 악성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 당시 정부가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 정부가 이같은 기관을 설립할 경우 유동성이 안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부실자산매입계획(TARP)를 통한 자금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바마 경제팀이 TARP를 통해 3500억달러를 투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S&P500기업 순익 20% ↓=어닝시즌의 한 복판으로 들어선 가운데 '주식회사 미국'의 실적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S&P500기업의 지난 4분기 순이익은 20.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종별로는 금융기관의 순익 감소폭이 98%에 달하는 등 거의 전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인 헬쓰케어업종과 유틸리티, 소비재업종 정도만이 순익 증가를 경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주에는 20일 존슨앤존슨을 시작으로 180여개 기업들이 일제히 실적을 발표한다. 같은 IBM이 실적을 공개한다.
21일에는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와 애플, 이베이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고 22일에는 '인터넷 황제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적 결과에 월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에는 제너럴일렉트릭이 실적 발표를 예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요 경제지표 일정은 많지 않다. 21일 1월 주택건설업지수와 22일 주간신규실업수당신청건수, 12월 주택착공 등이 공개된다.
월가는 주택착공이 12월 들어 61만건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전월 62만5000건에서 2만5000건 감소한 것이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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