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출범 이후 줄기차게 사퇴 압력을 받아왔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결국 사퇴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15일 포스코는 이구택 회장이 서울 대치동 포스코 센터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구택 회장은 이사회에서 “임기를 1년 남겨두고 있지만 CEO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비상경영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포스코 민영화 이후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해 어떠한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장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소임을 완수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구택 회장은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내달 27일 포스코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다.
이 회장이 임기를 1년 남겨놓고 사의를 표명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달 이주성 국세청장 수사과정에서 일부 비리혐의가 포착돼 검찰 수사설이 흘러나오는 등 퇴진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포스코는 민간기업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박태준, 김만제, 유상부 회장 모두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 별 다른 이유 없이 중도 사퇴하는 등 정권 교체기마다 수뇌부가 교체됐었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이사회 후 회장 후임자를 선정하기 위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CEO추천위원회에서는 향후 일정과 차기 회장 후보 자격 기준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기 회장후보로는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친동생인 박한용 포스코 전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최근 사의를 밝힌 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과 교체 1순위로 거론되는 강만수 장관, 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 이희범 무역협회장 등이다.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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