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하이닉스 매각주간사들과 자문단이 모여 빠르면 9월 중, 늦어도 연내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자는 의견 합의를 이루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안정을 찾아가고 반도체 시장의 회복세가 예상되는 시점이라 하이닉스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누가 하이닉스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최대주주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인수후보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며 특정 후보 언급을 꺼렸다. 현재 LG와 GS, SK, 현대중공업, KT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역시 공식적으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매각주간사를 정하기 전 투자은행(IB)을 통해 원매자를 물색한 적이 있는데, 국내에 다수의 원매자가 있었다”며 국내에도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가진 업체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LG. 기존에 반도체사업의 경험이 있다는 점과 지난해 연매출 100조 이상을 달성하는 등 자금여력이 많기 때문에 하이닉스 제 2의 성장을 위해서 가장 적절한 그룹사라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1999년 정부의 빅딜 정책에 의해 반도체사업을 뺏겨버렸다는 점 때문에 LG계열사 한 임원은 “집 나가버린 며느리를 다시 받아들일 순 없다”며 인수설을 일축했다.
GS의 경우 포스코와의 컨소시엄 실패로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어를 놓치게 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해 하이닉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지만 전자∙반도체사업 경험이 없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현대중공업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건을 실패하며 현금성자산 8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중공업과는 전혀 무관한 반도체사업에 새로 뛰어들리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국내 양대 통신업계 SK(SK텔레콤)와 KT는 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유-무선 컨버젼스 시대를 맞아 각각 계열사를 합병하는 등 통신업계의 한판싸움을 예고하고 있어 반도체사업에 새로 진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단지 현금성 자산을 많기 때문”이라며 “결국 연관산업을 갖고 있는 기업이 인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시황에 따라 연내 인수합병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시황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불투명한 시장환경에서 경기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지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선뜻 나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인 인수 의사가 있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면 매각작업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반도체 업황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하이닉스가 최소한 대우조선해양 이상(6조3000억원 수준)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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