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은 최근의 경기 침체기를 부동산과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는 좋은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저소득층은 급격한 소득 감소에 따라 자녀들의 학원비를 줄이고 병원비와 약값을 아끼는 등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14일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 통계청 등에 따르면 50억∼100억원대 상가 건물 등을 사기 위해 매물을 물색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
상가건물의 가격이 급락하자 이제는 더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기 어렵다고 보고 적절한 시점에 신속하게 사들이기 위한 것이다.
기업은행 분당지역 지점의 PB팀장은 "최근에는 매물만 나오면 흥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고객이 많다"며 "특히 50억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이 언제든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정기예금에 있던 자금을 모두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비 강남권에 살고 있는 부자들은 이번 경기침체를 강남권에 진입할 호기로 보고 부동산 매입을 계속 타진하고 있으며 강남의 `큰손'들은 주식매입의 타이밍이라고 판단, 행동개시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증권사 지점장 박(50)모씨는 "작년 하반기에 증시가 폭락하면서 연락을 끊었던 `큰손'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고 있다"면서 "소액 개미투자자들이 주가반등을 이용해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데 비해 큰손들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과감한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저소득층은 자녀들의 학원비를 끊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등 경기침체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 가운데 소득 상위 10%의 보충교육비(사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39만2932원으로 28.9% 늘어났는데 비해 하위 10%는 오히려 29.5% 줄었다.
이에 따라 상위 10%의 보충교육비를 하위 10%로 나눈 배율은 12.8배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하위 계층은 몸이 아픈 경우가 생겨도 약을 사먹는 것을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가구 가운데 소득이 하위 10%인 가구의 의약품 지출액은 지난해 3분기에 월평균 2만5805원으로 1년 전의 2만6975원보다 4.3% 줄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중산층 이하의 고용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고 서민들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 의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