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 산업이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노사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위기에 처한 자동차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백지수표는 없다’는 것이다.
♦美 빅3 몰락, 노조가 재촉
지난해 12월 미국 자동차업체 ‘빅3’ 중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파산직전 정부로부터 174억 달러의 긴급 단기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민주당이 지지기반으로 삼는 등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과도한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퇴직자들에게도 엄청난 복지혜택을 제공해 ‘빅3’의 몰락을 재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 노조는 임금협상 때마다 파업에 돌입해 공장 가동을 중단,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는 물량이 달리던 1970년대 노조와 퍼 주기식 협상으로 일관해 스스로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당시 파업으로 맞서던 노조에 경영진이 퇴직자까지 의료비 평생 지급 등을 약속해 고비용 생산구조를 만든 것이 몰락의 원인이었던 셈이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에 따르면 GM 노조원들의 시간당 평균 노동비용은 73.26달러, 크라이슬러가 75.86달러다. 반면 도요타 근로자는 47.60달러, 혼다는 42.95달러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임금삭감과 복지 축소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GM과 크라이슬러는 구조조정 계획을 노조가 승인한 후 내년 3월까지 최종 회생안을 제출해야 한다. 만약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지원금 전액을 정부에 반환해야 한다.
♦ 53년 무분규 세계 1위 도요타
이에 반해 일본 도요타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구축했다.
1950년대에 이미 도산 위기를 겪은 도요타는 이를 계기로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해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도요타의 ‘카이젠(개선)’ 활동은 원가 절감의 본보기로 여겨지고 있다. 노사가 하나가 돼 전 직원이 현장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개선하려는 사고방식을 갖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도요타는 매달 한 번씩 생산계획에 따라 공장 작업자를 라인별로 전환 배치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수요가 많은 모델에 집중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줄이고 있다. 당연히 타 업체보다 생산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한국 노사 나아갈 길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08년 세계경쟁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노사관계 항목은 55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인 55위를 기록, 2003년 이후 6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앞세워 잘못된 노사관계만 바로 잡으면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직 한국 내 노사관계는 비정규직, 복수노조,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위기 속에서 우선시돼야 할 것은 기업과 노조가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다가올 호황기를 대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차 한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는 GM 등 미국 빅3의 전철을 밟겠다는 것인가”라며 “지금 당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니 하는 게 별 의미가 없고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칠 때”라고 강조했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대책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노조는 양보교섭의 관행 없이 노조 측 입장만 주장해왔다”며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조 역시 양보를 통해 회사 측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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