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자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소위 미국 ‘빅3’를 비롯한 세계 자동차 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GM과 크라이슬러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회생과 파산의 갈림길에 놓여있고 포드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미국 정부의 지원금액은 빅3 업체들이 요청한 34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빅3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선진국 자동차 업체들 역시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업체 주요 12개사가 국내외에서 총 189만대를 감산키로 했고 또 감산에 따른 공장 가동 축소로 인해 파견 사원 등 비정규직 1만4000명이 해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최근 5000억 유로(6500억 달러) 규모의 정부 구제 금융을 신청했고 BMW도 최근 기준금리에 5%이상의 가산 금리를 얹어 채권을 발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는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죽음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빅3’ 판매실적은 GM과 포드가 각각 295만대, 199만대를 기록해 40여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크라이슬러는 총 150만대 미만의 실적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 줄었다.
일본 도요타와 혼다도 각각 222만대, 143만대를 판매해 1995년과 1993년 이래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12월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24%, BMW는 35.9% 줄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이 40만 1742대로 전년에 비해 14% 감소, 기아차도 27만3397대를 기록, 전년 대비 10.5% 줄었다.
하지만 미국 차량 판매실적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3.1%, 기아차 2.1% 등 5.2%로 올라섰다.
◆세계 최강 흔들리는 도요타= 미국시장에서 GM과 1위를 다투는 일본의 도요타는 공장 가동 중단, 일부 감원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도요타는 올 1월에 이어 2월과 3월에도 11일간 일본 내 모든 공장에서 조업 단축을 실시, 자동차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도요타는 이달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 감산을 실시해 재고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발표한 2008년 결산에서 1500억 엔의 영업적자를 기록, 회사 설립 7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도요타는 경영난 심화와 북미 시장 매출 급감에 따라 북미 진출 24년만에 처음으로 감원에 나설 전망이다.
이는 엔화 강세와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자구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그린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개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는 올해 ‘프리우스’와 '인사이트' 등 하이브리드 차량 모델을 새롭게 출시할 방침이며 태양 에너지만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태양광 자동차도 개발 중에 있다.
GM의 금융자회사 GMAC는 이미 0% 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드는 직원가보다 더욱 낮은 가격을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BMW 등 유럽차들은 빅3가 고전하는 사이에 신차를 발표하고 마케팅 비용도 크게 늘리는 등 공격적인 판매 전략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는 극심한 불황에도 수요가 꾸준한 중소형차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고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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