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민주당은 모처럼 축제분위기다. 쟁점법안 합의 후 본회의장 점거 해제식을 열면서 “승리를 쟁취했다”며 기념촬영까지 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지켜보던 모 기자의 말 대로 촬영사진을 집안 가보로까지 물려줄 모양새다.
반면 한나라당은 초상집 분위기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에 대해 "폭력과 타협한 우리는 전투는 졌지만 전쟁에선 이겼다. 폭력방지용으로 국회법을 개정하자"는 빈정거림을 잊지 않았다.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거쳐야 할 법안처리 조율, 그것도 이제야 했을 뿐이다. 하지만 한 쪽은 국제적 망신을 당하면서까지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해 놓고 전쟁에서 이긴 마냥 희희낙락이며, 한 쪽에선 어린아이 같은 질투심에 사로잡혀 모처럼 조성된 대화 무드에 재를 뿌리고 있다.
현재 국회엔 진작 처리했어야 할 경제법안들이 100개 이상 계류 중이다. 당장 지금부터 여야대화가 급물살을 타 상임위 상정부터 시작해 입법절차를 거쳐도 공포되기까진 시간이 빠듯하다. 게다가 지금은 경제위기 상황이라 더욱 서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모처럼 열린 상임위에선 때 아닌 성희롱 논쟁 등이나 일삼고 있으니 보는 사람까지 현기증이 돌 지경이다. 몸싸움과 농성 등 ‘발목잡기’는 프로지만 정작 정치에서 중요한 ‘대화의 기술’은 아마추어인 셈이다.
현재 국회 3층 로텐더홀에는 농성해제식을 하면서 민주당 측이 내건 ‘국민이 승리했다’는 축하 플랫카드가 버젓이 걸려 있다.
도대체 그동안 지연된 법안처리로 인해 가계부채와 내수침체에 숨을 헐떡이는 국민들을 눈으로 보기나 하고 취한 조치인지 의심스럽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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