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최후통첩 왜 했나

2009-01-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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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에 보유 자산의 저가 매각 우려까지 없애주는 '마지막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대우조선 매각 문제의 키가 다시 한화로 넘어갔다.

   불과 20여일을 남겨놓고 있는 본계약 체결 시한까지 한화가 산은의 제안을 수용할지 여부에 따라, 대우조선 매각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한화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 産銀, 윈-윈 카드 내놨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달 28일 산은은 대우조선 매각관련 본계약 체결 시한을 이달 30일까지 1개월 정도 연장해주면서 보유 자산을 인수해 팔아주겠다고 한화에 제안했다.

   한화는 6조4천억 원대의 대우조선 인수자금 중 절반 정도는 한화리조트 등의 자산 매각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산은의 제안에 대해 자산 가격이 떨어져 예상보다 많은 자산을 내놔야 한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한화 관계자는 "솔직히 산은이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사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뒷짐을 지고 있자 산은이 고심 끝에 내놓은 마지막 카드가 바로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통한 자산 매입 방안이다.

   이 방안은 산은이 기관투자가와 출자해 별도의 PEF를 조성한 뒤 한화로부터 완전 분리된 자산을 매입해주고, 3~5년 후 다시 시장에서 팔아 남는 수익을 한화에 돌려주는 구도다. 한화는 PEF로부터 자산 매각 자금을 받아 다시 산은에 대우조선 인수대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한화는 또 당장은 자산 가격이 떨어져 자산을 많이 팔아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하나, 추후 시장이 회복되면 PEF가 자산을 제 값에 되팔아 남은 수익을 한화에 돌려주기 때문에 싼 값에 자산을 매각하는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다.

   산은 입장에서도 이행각서(MOU) 내용을 바꾸지 않고 매각대금을 받을 수 있어 헐값 매각 비난을 피할 수 있으며 대출 등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해줬다는 특혜 시비도 비켜갈 수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펀드의 운용은 자산운용사에 맡길 것"이며 "PEF가 시장이 회복된 뒤에 자산을 팔아 수익이 나면 비용을 제하고 한화에 돌려줄 생각이니 한화 입장에선 손해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 이번이 '마지막'..공은 한화로
산은은 이 같은 PEF 자산 매입 방안이 '마지막 카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본계약 체결 시한이 이달 30일로 얼마 남지 않은 데다, 특혜 논란 등을 고려해 더 이상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자금조달에 도움을 줄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초 맺은 양해각서(MOU) 내용을 변경할 의사도 없어 인수대금 분할 납부 등의 한화 제안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MOU 체결 이후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방안 수용 여부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확인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산은은 관측하고 있다.

   즉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해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비주력 계열과 비핵심 자산을 내놓고 이 방안을 수용할 것이나 반대로 거부하면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없다는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계나 산업계에서도 한화가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확고하면 어떻게든 협상테이블에 앉아 본계약을 체결하겠지만, 인수 의지가 없다면 본계약 체결 시한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않고 버틸 것으로 보고 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한화가 만약 이 방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 취소와 이행보증금 몰취 등의 매도인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말해 본계약 체결 시한인 이달 30일이 대우조선 매각 협상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한화가 이번 산은의 제안을 수용하는지에 따라 대우조선 매각 본계약 체결 여부가 판가름날 수밖에 없어 한화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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