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로 출렁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이 극도로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감원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이는 다시 소비심리를 짓누르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민간고용 최악=시장조사기관 ADP는 12월 미국 민간부문 고용이 69만3000건 감소했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미고용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 2001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한 것으로 월가가 전망한 49만5000건보다 20만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진: 미국의 고용시장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기침체 역시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업종별로도 거의 전업종에 걸쳐 감원이 확산됐다. ADP는 제조업 부문에서 22만건, 서비스업에서 47만3000건의 고용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민간고용이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이번 주말에 공개되는 노동부의 고용보고서 역시 예상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창출건수가 50만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ADP의 보고서를 감안할 때 12월 고용은 67만건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반적으로 정부부문의 월간 고용이 2만건 정도라면서 12월 신규일자리창출건수의 감소가 최소한 60만건이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업 도산 증가에 전망도 불안=문제는 신용위기와 경제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주식회사 미국'의 고용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기업 도산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오히려 감원 한파가 더욱 거세게 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는 전일 전체 인력의 13%를 해고하고 생산도 대폭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IT업계의 선두주자인 인텔 역시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한 82억달러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보험업체 애트나가 실적 경고를 단행했으며 거대 미디어업체 타임워너가 지난해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는 등 실적악화 소식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퍼포먼스 트러스 캐피탈 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배틀 부사장은 "오늘 고용지표는 놀라운 것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이날 지표로 글로벌 경제침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기업 감원, 전년비 4배 증가=신용위기의 실물경제 전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난 12월 기업들의 감원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급증했다는 사실도 고용시장의 환경 악화가 최근 가속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고용전문기관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12월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은 16만6348명에 달했다.
지난 한해 감원 규모는 120만건을 돌파하면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의 76만8000여건에 비하면 6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고용지표 결과는 악화 일색이다. 지난 4분기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은 46만903건을 기록했다. 이는 2002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업종별로는 신용위기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업종의 감원이 가장 많았다. 금융기관들은 지난 한해 26만110건의 감원을 발표했다.
파산 위기속에서 회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자동차업종이 그 뒤를 이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를 비롯해 자동차업계에서만 12만7281건의 감원이 발표됐다.
고용시장 악화 소식에 금융시장도 출렁였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가 250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면서 지수 9000선이 붕괴됐고 나스닥과 S&P500지수 역시 3% 내외의 낙폭을 기록했다.
고용지표 부진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 역시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5.95달러(12.2%) 급락한 42.63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유가 낙폭은 지난 2001년 9월 이후 7년래 최대치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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