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농성 중인 민주당원들과 경위들 간 몸싸움으로 새해 벽두부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성과 날카로운 비명이 오가는 아비규환의 모습은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순식간에 조폭영화 촬영세트로 둔갑한건 아닌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국민의 의사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위 국민을 대변하는 이들이 모였다는 국회가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감정싸움도 모자라 물리적 충돌까지 벌이는 모습은 초등학교 학급회의만도 못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누구 책임인가’ 문제를 떠나 여야 할 것 없이 본연의 업무까지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18대 국회 법안처리율을 살펴보면 ‘국민을 위한다는 국회’인지 의심스럽다.
올해는 매년 평균치를 넘어 3404개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나 처리된 법안은 834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폐기되거나 철회된 법안을 빼면 실질적으로 가결된 것은 304건에 그친다.
‘의원님’들도 모를 리는 없겠지만 국회는 입법부다. 나라가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한 법을 발의하는 신성한 장소다. 또 국회의원은 국민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 장소에서 내 집 안방마냥 볼쌍사나운 다툼이나 벌이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소리도 모자랄 판이다.
더욱이 현재는 IMF를 상회하는 경제위기 상황이다. 힘을 합쳐 꾸준히 경제법안을 심의하고 발의해도 모자랄 판에 발목을 잡아서 되겠는가. 오죽하면 ‘제2의 촛불시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겠는가.
‘여야 모두 본분으로 돌아가 민생을 최우선으로 고민해달라’는 국민들의 바램이 그토록 무리한 요구인지 의문이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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