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신년연설에서 비상경제정부체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연설문에 오탈자가 ‘옥에 티’가 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2일 신년연설을 통해 비상경제정부 체제 가동과 함께 민생을 살피는 따뜻한 국정,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중단 없는 개혁, 녹색성장 등을 올해 4대 국정운영의 방향으로 설정하면서 경제살리기에 올인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나 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된 신년연설은 내용에 있어 오탈자 투성이었다. 우선 4대강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정부는 당초 19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23조원 규모의 생산을 유발하는 한국판 '녹색뉴딜(New Deal)정책'이라고 누누히 밝혀왔으나 이날 이 대통령은 28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밝혔고, 올해부터 도입되는 근로장려세제와 관련해선 일하는 저소득층에게 당초 알려진 최대 연 120만원이 아닌 최대 월 12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문에 연설이 끝난 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해당부처는 해명자료를 돌리는라 한동안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해당부처에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첫번째 신년 연설문 작성에 엄청난 시간을 들였다는데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중순부터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총동원, 치밀하게 신년연설문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이 작업에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을 비롯,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 박형준 홍보기획관, 정용화 연설기록비서관, 이동관 대변인, 김두우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몇 단계 과정을 거쳐 가안이 완성됐지만 이 대통령은 핵심 참모들과 여러 차례 독회를 가졌고 연설 시작을 40여분 앞두고도 일부 문구를 수정까지 했다고 한다.
경제살리기를 천명한 이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연설문 작성하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씁쓸한 뒷맛만 남긴 것 같아 말 그대로 '공든 탑이 무너진' 느낌이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