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16일 정부가 내년 경제성장률 제시한 `3% 내외'는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에서 너무 낙관적인 목표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과감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정책적 노력이 변수가 될 수 있겠지만 자칫 비현실적인 성장목표에 정책을 맞추다 보면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만 잃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국내외 경제 예측기관들이나 현재 여건을 고려해 정부의 내년 경제전망을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전반적으로 굉장히 낙관적이고 무리한 성장목표다. 우리나라가 지난 5년간 평균 4%대 성장을 지속했는데 당시에는 유례가 없는 글로벌 호황기였다. 그러다면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에서는 1%포인트 정도 정책적인 효과를 더해 2% 부근의 성장만을 달성해도 상당히 선방하는 것이다.
성장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하면 우선 재정부문에서 무리를 올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고통을 겪더라도 경제체질을 바꿀 수 있는, 구조조정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내년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면 정부의 정책적 리더십이 더욱 손상될 수 있다.
◇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목표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을 늘리는 등 정책을 펼치고 그 효과가 잘 드러났을 때 도달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한다.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의 금융불안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성장률도 정부가 보는 것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렇다면, 전반적으로 정부 전망치도 모두 내려간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목표를 달성해내려면 우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본을 더 많이 확충해둬서 건전성을 유지해두면 좋겠다. 자금 중개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발표한 내년 성장률 3%, 10만 개 일자리, 수출 증가율 0% 등의 수치는 전망이라기보다는 목표로 봐야 한다. 한국은행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와 차이가 있지만 금리인하나 재정확대 등의 정책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였다. 정부는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 3%를 달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3%에 맞춰 재정확대 및 감세정책을 하겠다는 것으로 그에 걸맞은 정책운용 방향을 잡을지가 관건이다. 물론 일자리 10만개 창출과 수출 0%도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 쉬운 목표는 아니다. 일자리는 재정지출을 기술개발(R&D) 분야에 집중하느냐 또는 사회간접자본(SOC)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달성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현재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치에 비해 정부의 목표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현재 경기하강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3% 성장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 목표 10만개도 3% 성장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렵고 내년 1분기를 지나봐야 알 수 있다.
금융불안은 내년 1분기 이후에는 안정될 것이다. 문제는 세계경기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다.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으면 경기는 더욱 추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구조조정은 계속 진행돼야 한다. 외환위기 때처럼 대규모로 퇴출시킬 필요는 없지만 시장원리에 의해 처리되도록 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
정부가 재정을 확대 편성했고 추경을 내년 봄에 조기 편성할 예정이어서 3% 성장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외부요인이 어떻게 변동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실물경제의 악화 추세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아무리 규제를 풀고 재정 정책을 펼치더라도 3%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고용창출 면에서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더라도 얼마만큼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으냐가 문제다. 기업 경기과 민간 소비를 살리는 데에 역점을 둬야 한다.
수출 시장은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굉장히 안 좋을 것이다. 수출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이전같이 두자릿수 회복은 힘들 것이다. 정부가 외부시장 변화에 대한 준비를 잘하고 환율을 하향 안정시켜 교역조건을 개선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